[아침세평] 언제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 부를 것인가?

박병진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금구초 교장

박병진 gn@gwangnam.co.kr
2026년 08월 26일(수) 17:31
박병진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금구초 교장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40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됐다. 새 이름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새 도시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통합’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가 됐으니 당연히 통합된 건데, 왜 굳이 도시 이름에까지 ‘통합’을 넣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과거 광주와 전남의 경계에 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라는 다소 긴 이름을 사용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아마도 새 도시의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 양 지역의 역사와 지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무엇보다 ‘통합’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다 보니 지금의 이름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식 명칭은 다소 길더라도 일상적으로 쉽게 부를 수 있는 약칭이 있으니 괜찮겠지 했다.

자세히 알아보니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식 명칭은 전남을 배려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하고, 약칭은 광주를 배려해 ‘광주특별시’로 정했다고 한다.

정식 명칭과 약칭의 사용 문제는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합특별시의 명칭을 확인하던 중 “앞으로 광주특별시라고 부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선호나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오랜 논의 끝에 합의했고,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법률상 공식 약칭으로 ‘광주특별시’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수반이 행정 효율성과 국민과의 소통 편의성을 고려해 법률로 정해진 약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통합특별시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미래 청사진을 그리기보다 뜻밖의 약칭 논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전남 지역 일각에서 약칭에 전남이라는 지명이 빠진 것은 지역적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전남 공무원노조 익명 게시판 등을 비롯한 일부 여론에서는 ‘전남광주시’ 또는 ‘전남광주특별시’처럼 두 지역의 이름을 모두 포함하는 약칭을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각자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켜온 전남 지역민들의 서운함과 애향심은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이미 법률로 정해진 약칭을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약칭을 다시 바꾸려 한다면 정식 명칭까지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정식 명칭을 정하는 데에도 오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데, 이를 다시 ‘광주전남통합특별시’로 바꾸려면, 법을 개정하고 행정 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또다시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과 행정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약칭은 복잡하고 긴 이름을 줄여서 부르기 쉽고 쓰기 편하게 만든 이름이다. 법적 명분과 통합의 상징성은 이미 정식 명칭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충분히 담겨 있다. 그렇다면 약칭만큼은 행정과 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간결성과 실용성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일상적인 소통에서는 ‘광주특별시’보다 더욱 친숙한 두 글자, ‘광주’로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른 대도시의 사례를 보더라도 행정구역의 등급을 나타내는 명칭을 떼어내고 핵심 지명 자체를 도시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특별시’를 ‘서울’이라고 하고, ‘부산광역시’를 ‘부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광주와 전남은 행정적으로 분리돼 있던 시절에도 역사와 문화, 생활권을 공유해 온 하나의 공동체였다. 이번 통합 역시 그러한 공동의 역사와 미래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렇기에 통합의 큰 뜻과 미래 가치를 이해하는 전남도민이라면, 실생활에서 간결하고 명확하게 우리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광주’라는 호칭의 편의성에도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새롭게 출범한 통합특별시가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도약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 이제는 일상과 행정 실무에서 실용성을 고려해 법정 약칭인 ‘광주특별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더 나아가 시민들의 일상에서는 자연스럽게 ‘광주’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명칭이 지역 사회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 언론이 앞장서 기사 제목과 본문에서 ‘광주특별시’ 또는 ‘광주’라는 명칭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방송과 뉴스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필요가 있다. 언론이 먼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시민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면, 일상 언어와 행정 현장에서 혼란도 훨씬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이제 막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과거의 명칭을 둘러싼 논쟁에 머물기보다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 정식 명칭에는 통합의 역사와 의미를 담고, 약칭에는 실용성을 담으며, 일상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광주’라고 부를 수 있는 도시.

그것이 어쩌면 통합특별시가 지향해야 할 가장 자연스럽고도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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