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기술은 세계 최정상, 소득은 제자리…농업, 이제는 ‘창업’이다 박용철 전남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박용철@gwangnam.co.kr |
| 2026년 08월 31일(월) 15: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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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철 전남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
우리 농업기술의 궤적은 경이롭다. 1970년대 통일벼로 쌀 자급을 이루는 ‘녹색혁명’을 성취했고, 1980년대에는 비닐하우스를 활용한 시설원예 기술을 본격적으로 보급하여 연중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공급할 수 있는 ‘백색혁명’을 이루었으며, 지금은 스마트팜 확산과 농림위성까지 쏘아 올렸다.
그런데 정작 그 기술을 쓰는 사람들의 소득은 산업 중에 최하위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5,467만 원으로 2년 연속 5천만 원대를 넘어섰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농사로 번 ‘농업소득’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세이고, 그 빈자리를 ‘농외소득’과 보조금성 ‘이전소득’이 채우고 있다.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의 위치가 뒤바뀐 시점은 2007년(2007년의 역전), 20년 가까이 이 흐름은 그대로다.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다.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1.6ha로 미국(188ha)의 117분의 1에 불과해 규모의 경제가 애초에 어렵다. 여기에 AI와 로봇까지 다가온다. 네덜란드의 ‘자율 유리온실 챌린지’에서는 1회 대회 우승팀도, 이후 압도적 1위도 모두 AI였고 사람 농부는 밀려났다. 의사결정은 AI가, 노동은 로봇이 맡는 시대에 농업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의 답은 ‘경영’, 정확히는 ‘기업가 정신’이다. 창업은 ‘목적과 계획을 갖고 짜임새 있게 경영을 시작하는 일’이다. ‘농업경영체’라는 이름처럼, 농업은 본래 창업에 가깝다. 다만 다른 산업의 창업이 철저히 ‘고객중심’에서 출발하는 반면, 농업 현장의 창업은 종종 “이게 소득이 높다니까”, “지원사업이 있다니까” 하는 식으로 생산자인 ‘나’의 사정에서 출발한다. 혁신이 나오기 어려운 프로세스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농업기술원은 ‘창농타운’을 통해 이 관점을 현장에 이식해왔다. ‘창농타운’은 협업 공간과 세미나실을 갖춘 비즈니스센터, 가공·포장 시설을 갖춘 제품지원센터로 구성된다. 창업 마인드 교육부터 초기 창업지원(청년농업인 스타트업 지원), 시장 진입에 성공한 기업의 성장 지원(청년농업인 스케일업 지원사업)까지 6단계로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효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2022~2025년 참여 농가를 대상으로 한 자체 경영분석 결과, 연평균 소득 성장률은 13.0%로 전국 농가 평균(4.5%)의 약 3배, 50세 미만 농가 평균(1.5%)의 9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득은 4,487만 원에서 6,835만 원으로 뛰었고, 고용은 8.3%, 취급 상품 수는 28.6%, 특허 확보는 65.0%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정체된 ‘2007년의 역전’이, 적어도 이곳에서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미 창업을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30년까지 세계 100위권 창업도시 5곳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현재 국내에서 100위 안에 든 도시는 서울(20위)이 유일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또한 글로벌 100대 창업도시 도약과 벤처·스타트업 333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흐름에 농업만 선뜻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이제 농촌진흥기관의 사업 설계 자체에 창업기업 육성 요소를 접목해야 한다. 생산 인프라 및 기술 지원에도 기업가정신 교육과 기업성장 후속 프로그램을 심어야, 그 수익이 비로소 농가로 되돌아온다.
농업은 식량안보를 지키는 공공재이자 농가의 살림을 지키는 경제재여야 한다.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도 소득은 최하위인 이 역설을 구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농업을 ‘기술’에서 ‘창업·경영’으로 넓히는 일, 그 첫걸음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농업기술원이 이미 뗐다. 더 많은 기관과 농업인이 관심과 열정으로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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