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미래를 여는 기업]㈜베스텍

수입 의존 ‘가스 스프링’ 국산화…금형산업 경쟁력 높인다
누설 결함 딛고 핵심 소재·초정밀 가공기술 자체 개발
Ra 0.04 이하 구현…슬로 리턴·고온용 제품으로 차별화
로봇·공조설비로 적용처 확대…미래 성장동력 확보 박차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9월 03일(목) 17:01
김지인 부사장이 자사 주력 제품인 가스 스프링의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자동차 차체나 가전제품의 외형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프레스 금형은 높은 압력을 반복해 견뎌내야 한다. 금형 내부에서 일정한 힘을 유지하며 제품 성형을 돕는 가스 스프링의 내구성과 정밀도가 완성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이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베스텍(대표 김성봉)은 외산에 의존하던 금형용 가스 스프링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고 30년 가까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온 금형 표준부품 전문기업이다.

피스톤 로드의 표면을 거울처럼 매끄럽게 다듬는 독자적인 가공기술과 자체 개발한 고압 씰 소재를 기반으로 가스 누설을 최소화했다. 최근에는 슬로 리턴과 고온용 가스 스프링을 비롯해 웨어러블 로봇과 공조설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베스텍의 출발은 수입 부품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모기업인 한국정밀은 프레스 금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스 스프링을 전량 외국에서 들여와야 했다. 당시 외산 제품은 가격이 비쌌을 뿐만 아니라 주문 후 공급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금형 제작사의 원가와 납기 부담을 키웠다.

이에 따라 김성봉 회장은 “직접 만들어 금형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보자”며 가스 스프링 개발에 뛰어들었다. 약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1998년 베스텍을 설립했다.

국산화 효과는 뚜렷했다.

당시 외산 가스 스프링 한 개의 가격이 300만~400만원대였다면 베스텍은 이를 100만원대에 공급했다. 주문부터 납품까지 60~70일 가량 걸리던 기간도 30일 수준으로 단축했다.

‘가스 스프링’은 기존 코일 스프링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금형 부품이다. 코일의 탄성 대신 밀폐된 실린더 안에 충전한 고압 질소의 압축력으로 금형에 필요한 힘을 만들어낸다. 여러 개의 코일 스프링이 담당하던 하중을 소수의 가스 스프링으로 감당할 수 있어 금형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내부 공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품이 작아도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는 힘은 크고 수명은 코일 스프링보다 길다. 다만 내부에 충전된 질소가 빠져나가면 압력을 유지할 수 없는 만큼 미세한 가스 누설을 막는 기술이 제품의 신뢰성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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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텍도 국산화 초기에는 이 문제로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1998년 첫 제품을 출시한 뒤 공급을 빠르게 늘렸지만 제품을 장기간 반복해서 사용한 일부 현장에서 가스가 새는 누설 문제가 발생했다. 납품 직후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다가 1~2년이 지나 문제가 드러나는 특성 때문에 이미 상당량이 현장에 공급된 뒤였다.

베스텍은 자사 책임으로 확인된 제품을 1대 1로 교환했다.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고객사가 요구한 경우에는 외산 대체품까지 구매해 공급했다. 비용 부담뿐 아니라 어렵게 확보한 거래처와 신뢰를 잃는 위기로 이어졌다.

회사는 위기를 피하는 대신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외부에서 구매해 사용하던 핵심 부품과 소재를 분석하고, 가스 누설을 막는 고압 씰 소재를 자체 개발했다. 현재는 베스텍이 설계한 소재를 전문 생산업체에 맡겨 전량 맞춤형으로 공급받고 있다.

씰과 맞닿아 움직이는 피스톤 로드의 표면도 문제였다. 표면에 미세한 돌기가 남아 있으면 반복 작동 과정에서 고무 소재의 씰을 갉아 가스가 빠져나갈 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베스텍 부스를 방문한 모습


베스텍은 피스톤 로드 위에 별도의 코팅층을 입히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다이아몬드 폴리싱을 통해 소재 표면을 직접 연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피스톤 로드의 표면조도를 Ra 0.04 이하까지 낮췄다. Ra 수치가 낮을수록 표면의 미세한 요철이 적고 매끄럽다는 의미다.

초정밀 표면은 씰과 피스톤 로드 사이의 마찰과 손상을 줄여 장기간 압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한다. 베스텍은 해당 제조공법에 대한 특허를 확보했으며, 제품에 대해 2년 또는 누적 작동거리 1억㎜의 수명을 보증하고 있다. 예를들어 스트로크가 50㎜인 제품을 기준으로 하강과 상승을 합친 한 차례 왕복거리가 100㎜이므로 최대 100만회 작동하는 것이다.

기술을 재정비한 베스텍은 2010년대 들어 품질 안정성을 회복했고, 잃었던 시장의 신뢰도 다시 쌓기 시작했다. 현재 ISO 9001과 ISO 14001을 비롯해 유럽 안전·압력용기 관련 CE·PED, 유해물질 제한지침인 RoHS 인증을 갖추고 있으며 가스 스프링과 충진장치, 리턴 속도 제어 등 7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제품 규격도 다양화했다.

좁은 금형 공간에 적용하는 컴팩트형과 초소형 제품, 국제표준과 호환되는 제품을 비롯해 냉각형과 고온용, 복귀 속도 제어형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기존 글로벌 제품과 외형 치수와 장착 규격을 맞춰 금형을 다시 설계하거나 수정하지 않고도 1대1 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강점이다.

특히 복귀 속도 제어형인 ‘슬로 리턴’ 가스 스프링은 제품 성형 뒤 스프링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속도를 조절한다. 급격한 복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과 성형품의 변형을 줄이는 기술로, 별도의 복잡한 배관 없이 설치할 수 있다.

고온용 제품은 자동차 경량화 공법인 핫스탬핑과 고온 플라스틱 사출 금형 시장을 겨냥했다. 일반 가스 스프링은 열에 노출되면 내부 씰이 변형돼 압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베스텍은 고온에서도 물성이 유지되는 소재와 씰링 구조를 개발해 최대 120도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베스텍은 국내 금형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거세지자 가스 스프링 기술의 적용 범위를 금형 밖으로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웨어러블 로봇이다. 베스텍의 부품은 작업자의 체중을 분산하고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양쪽 골반 관절에 적용되고 있다. 오랜 기간 금형에서 축적한 정밀 하중 제어 기술이 산업용 외골격 로봇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부품으로 확장된 것이다.

건물 냉난방 공조설비의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댐퍼 시스템에도 가스 스프링 기술을 접목했다. 기존 코일 스프링은 외부에 노출돼 녹이 슬거나 성능이 저하되면 장치 전체를 들어내 교체해야 한다. 베스텍이 개발한 방식은 가스 스프링만 분리해 교체하거나 질소를 다시 충전할 수 있어 유지보수 부담을 줄인다. 관련 기술은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가스 스프링


회사는 앞으로 단순히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을 넘어 금형의 상태를 진단하고 생산설비의 자동화를 지원하는 기술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프레스 금형의 압력 변화를 감지해 불량 가능성을 판단하고 설비와 연동하는 지능형 센서·제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 방식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금형 제작업체를 상대로 제품을 공급했지만, 앞으로는 완성차 업체와 글로벌 1차 협력사의 기술표준에 베스텍 제품을 등록해 설계 단계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공급망의 상단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일본과 중국, 베트남, 미국 등 기존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출 비중도 확대할 방침이다.

김지인 베스텍 부사장은 “국내 금형시장이 줄어들고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제품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가스 스프링의 정밀 하중 기술을 로봇과 공조설비, 자동화 분야로 확장하고 고부가가치 제품과 해외 공급망을 확보해 변화에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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