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CPTPP 가입,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오행숙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시의원
오행숙 gn@gwangnam.co.kr |
| 2026년 09월 07일(월) 1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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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행숙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시의원 |
그러나 농촌 현장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CPTPP는 단순히 수출시장을 넓히는 무역협정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협정이기 때문이다. 농업계에 따르면 회원국의 농산물 평균 관세 철폐율은 97%에 육박한다. 가입 협상이 시작되면 기존 자유무역협정에서 어렵게 지켜온 쌀과 쇠고기, 유제품, 과일 등 민감품목까지 추가 개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러 회원국에서 생산된 원재료를 합산해 원산지를 인정하는 누적 원산지 기준이 적용되면 가공식품 수입 확대와 국내산 원료 농산물의 수요 감소도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CPTPP 회원국 대부분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을 더 개방한다면 수입 농산물 증가와 가격 하락의 부담은 결국 농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남광주지역은 쌀과 축산, 원예·과수 등 농업 비중이 높고 소규모·고령농이 많아 충격이 더욱 클 수 있다. 농산물 가격은 작은 수급 변화에도 크게 흔들린다. 수입 물량이 늘어 가격이 한 번 무너지면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농가가 속출하고, 지역의 가공·유통·농자재 산업도 함께 위축될 수 있다. 농가소득 감소는 개별 농가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농민의 이탈과 농촌 공동체의 붕괴를 촉진하고, 지역소멸을 앞당겨 국가 식량안보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기반까지 흔들 수 있다.
검역과 위생 기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농축산물 수입 절차가 완화되거나 검역 주권이 제약된다면 가축질병과 외래 병해충 유입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경제적 효과를 계산하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농촌지역의 일자리, 지역경제, 환경보전 기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 분석은 처음부터 불완전하다.
정부가 말하는 소통도 달라져야 한다. 간담회와 공청회를 몇 차례 개최하고 의견을 들었다고 기록하는 형식적 소통으로는 안된다. 정부 연구용역의 결론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분석 자료와 산정 방식까지 공개하고, 농업계가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검증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영향 분석의 전제와 품목별·지역별 피해 규모, 협상 가능한 범위와 개방 제외 품목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농민단체와 품목별 생산자뿐 아니라 전남광주시와 같은 농업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가입 여부 판단과 협상전략 수립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도 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입 방침부터 정해 놓고 뒤늦게 피해보전 대책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농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민감품목 보호 원칙과 피해보전 장치, 농가소득 안정대책을 협상 전에 제시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한 뒤 일시적인 보조금으로 수습하겠다는 방식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생산기반 유지와 후계농 육성, 가격안정까지 포함한 장기대책이 필요하다. 농업인의 동의가 없고 농업을 지킬 대책도 충분하지 않다면 가입 추진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은 다른 산업의 이익을 위해 협상의 대가로 내어줄 산업이 아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익과 민생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면 농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그치지 말고 최종 결정과 협상안에 반영해야 한다. 소통의 진정성은 간담회의 횟수나 발표문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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