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두 세계 접점 물색…시적 메타포까지 섭렵

■‘국가관’은 지금 <3> 몰타 파빌리온 프로젝트
‘사이’ 작가적 사유 바탕 시각적 다층 의미들 탐구
호랑가시나무창작소서 전통문화·가자지구 해석
광주와 몰타 간 매개 모색…현시대 당면 문제 등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9월 07일(월) 19:10
마이클 퀸튼 작 ‘코이노니아’
노버트 프란시스 아티로드 작 ‘오방색’
콜렉티브팀인 퐁크스(샘 알렉산드라&줄리앙 비네)의 작품 ‘로프 템플’
몰타는 여전히 낯설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몇 차례 접한 것이 전부가 아닐까. 유럽의 소국으로 섬나라인 몰타의 작가들을 평소 미술판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모처럼 몰타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출품된 작품들을 통해 몰타 작가들의 예술 상상력과 정신, 작업 방식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더욱 더 방문할 가치가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몰타는 말타(MALTA) 대신 많이 쓰이고 있어 몰타로 명기한다.

몰타 국가관 역시 몽골 국가관처럼 올해 처음 선을 보이는 곳이어서 늘 선보여온 국가관들에 비해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더욱이 광주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공간 중 하나인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아트폴리곤과 글라스 폴리곤 등 전시공간에 그들의 작품이 설치, 펼쳐졌다. 그곳의 공간이 광주 근대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곳이어서 더욱 더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여기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만 있으면 조금 단조로울 수 있으나 바로 옆에 호남신학대 교정이 있고, 이이남아트스튜디오(폴란드 파빌리온), 이강하 미술관(캐나다 파빌리온), 이장우가옥(카사 와비 파빌리온) 등 다른 파빌리온 전시와 연계가 가능하고, 양림동의 문화예술공간 등과 함께 묶어 감상한다면 하루에 다 둘러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첫걸음을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서 훑으며 아래로 이동하면 동선상 편한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몰타 국가관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탐구는 물론이고 현시대 잔인하게 가해지고 있는 폭력의 문제로부터 각종 소리, 그리고 시(詩)가 주는 메타포까지 모두를 망라하고 있다. 이런 차이 혹은 간극들을 ‘사이’로 보고 접근한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는 ‘오방색’이라는 작품을 통해 응축되고 있으며 소리에 관한 탐구 등 아트적 상상력과 참신한 예술성이 발현되고 있다. 이 유서깊은 공간에 여러 시인들의 시가 전시벽면을 작품의 한 부속품처럼 쓰이고 있고, 관람객들은 이미지만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활자가 안겨주는 뜻까지 추적하며 깊은 몰입감에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버트 프란시스 아티로드의 작품은 총 5점이 아트폴리곤에 설치돼 있다. 오방색부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까지 폭넓은 사유를 거친 듯하다. ‘오방색’ 작품은 원형 금속봉과 금색 도장 선반가공 목재 2개로 5색 탄성 밴드를 지지하고 있으며 탄탄하게 탄력성을 확보해 5색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직선으로 모두 표출되고 있다. 굉장히 긴박감있게 오방색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을 가져갈 수 있다. 색감보다는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이 작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또 페리 스타일은 현시대 당면한 문제 한 토막을 건드린다. ‘가자지구’ 문제다. 이스라엘로부터 잔혹한 폭력에 휘둘린 가자지구에 대한 국가 폭력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으로 읽혀졌다. 원형강관 24개가 세워져 있고, 그 위에 쳐다보지 않으면 도무지 알아챌 수 없는 글자가 얹혀져 있다. 바로 ‘가자’다. 가자가 영어 스펠링으로 얹혀져 있기 때문이다. 강관으로 알파벳으로 새긴 가자를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미래 가자야말로 가장 강력한 토대로 지탱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유난히 많은 작품들이 생각할 거리를 안기고 있는 곳이 몰타국가관이었다. 콜렉티브팀인 퐁크스(샘 알렉산드라&줄리앙 비네)의 작품 ‘로프 템플’은 글라스 폴리곤 지상에 전시 중이다. ‘로프 템플’은 밧줄과 시, 빛과 소리로 구성된 이색적 설치작품으로 단연 눈길을 붙잡았다. 물리적 공간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몰타와 한국의 사이를 잇는 공간을 창출한다는 설정 아래 진행된 이 작품은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을 만들고 그 면에 손으로 옮겨 쓴 시들을 새겨 넣었다. 이는 저마다의 독립된 세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밧줄로 형성된 방 등 여러 세계 사이의 공간에 물리적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작품의 콘셉트다. 유리벽에는 김혜순 곽재구 시인 등 한국 시인 17명을 포함해 몰타 시인 40명까지 더해 시작품 총 56점이 새겨져 있다.

글라스 폴리곤 지하에는 마이클 퀸튼의 ‘코이노니아’ 등 총 3점이 설치돼 있다. ‘코이노니아’는 몰타와 한국 전역에서 녹음한 소리와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환경과 일상의 소리, 소리와 공간이 맞물리는 순간들을 작품 안에 투영했다. ‘코이노니아’는 교제와 참여, 나눔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최신영씨의 ‘있다’, 김복희씨의 ‘수십개의 잔’ 등 시편이 고리에 끼워져 배열, 하나 하나 제쳐가며 감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히 실제 출품작은 아니지만 이곳이 전시관 겸 라이브러리로 사용되던 공간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1950∼1960년대 만들어진 기록물들인 성종실록 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포함한 실록과 창작과비평 및 국역 해동역사 등 1950∼1960년대 간행된 옛 기록물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문현정 협력 큐레이터는 “전시가 주목하는 사이는 한국과 몰타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 말하는 것과 쓰여진 것, 기억하는 것과 잊혀진 것, 그리고 화합하는 것과 불화하는 것이 이 공간 위에 함께 놓인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이 가변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인 상태를 시와 언어, 건축과 소리라는 서로 다른 매체로 탐구하며 유기적 환경으로 엮어낸다”면서 “사이는 한국과 몰타라는 두 세계가 마주하는 접점을 탐구하며 지리적이고 문화적인 거리를 넘어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균열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정헌기 대표는 “몰타 작가들이 단순한 참여로 하지 않고 레지던시로 머무르며 최소 1~3개월까지 머무르며 작업을 펼쳤다. 이번 전시는 몰타와 광주를 연결한다는데 가치가 있다. 로프는 광주와 몰타 연결을 매개한다. 광주와 몰타의 역사가 유사한 측면이 많이 있는 등 연결돼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면서 “몰타쪽에서 거의 100명 정도가 방문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고 엄청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몰타 국가관은 ‘사이’를 주제로 몰타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아 진행되고 있다. 예술감독은 줄리앙 비네, 전체 프로젝트 메니저는 토니가 맡았다. 참여작가로는 노버트 프란시스 아타로드, 퐁크스(샘 알렉산드라&줄리앙 비네), 샤를린 갈레아, 로메오 록스만 갓, 타라 달리&펠릭스 디픈, 케이트 보니치, 마르티나 조지나, 마이클 퀸튼 그리고 한국측에서는 모어와 김온씨 등이 함께 했다. 전시는 지난 5일부터 오는 11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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