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사기 대책, 사후 지원에서 사전 예방으로

서영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

서영배 gn@gwangnam.co.kr
2026년 09월 14일(월) 17:30
서영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
광양의 한 임대사업자는 매매가보다 높은 보증금으로 주택 매입 자금을 충당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아파트 202채를 사들였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임차인 121명이 총 98억 420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주로 청년과 신혼부부였다. 해당 임대사업자는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재산과 무너진 일상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과 그로 인해 흔들린 삶은 판결만으로 온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전세 사기는 광양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수도권과 지방, 빌라와 다가구주택, 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발생했다. 임차인이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더라도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나 다른 임차인의 선순위 보증금, 적정한 주택가격과 보증금 반환 능력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복잡한 권리관계와 계약의 위험을 임차인 개인의 주의에만 맡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현재도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법률·금융 상담과 긴급주거, 경·공매 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제도지만 이미 발생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온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다. 전세 사기 대책이 사후 지원에 머물지 않고 계약 전 예방으로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경기도는 공인중개사의 자율적인 예방활동과 행정기관의 관리체계를 결합한 ‘안전전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행정기관과 공인중개사가 함께 참여하는 ‘안전전세 관리단’이 있다. 지역의 부동산 거래 현장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공인중개사가 위험 징후를 살피고, 임차인에게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을 안내하는 현장 중심의 예방체계다.

광양시의원 시절에는 ‘광양시의회 전세 사기 대책 특별위원회’에 참여해 피해 실태와 제도의 한계를 살폈다.

그 과정에서 피해 지원 중심이었던 ‘광양시 전세피해 임차인 등 보호 및 지원 조례’에 전세 사기 예방과 ‘안전전세 관리단’ 운영 근거를 추가하는 개정을 추진했다. 행정과 공인중개사, 전문가가 계약 단계부터 위험을 함께 살피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이제 통합특별시 차원에서도 지역의 주택 유형과 거래 특성에 맞는 ‘안전전세 관리단’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역 단위의 관리체계와 생활권별 실무조직을 연계하고, 임차인이 계약 전에 권리관계와 적정 전세가격, 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상담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의심 거래는 관계기관의 상담과 점검으로 연결하고, 공인중개사 교육과 임차인을 위한 계약 점검표 제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관리단이 단순한 명단 구성이나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도록 활동 내용과 결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전세 사기는 개인의 불운이나 부주의로만 돌릴 수 없는 주거 안전의 문제다.

한 사람의 전세보증금에는 오랜 시간 모은 재산과 앞으로 살아갈 집에 대한 계획이 담겨 있다. 지방의회는 피해 발생 이후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민을 계약 전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세워야 한다. 전세 사기 예방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시민 곁에 공공의 안전망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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