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자산가’ 행세하며 치과의사에 253억 갈취

공장 가압류 핑계로 돈 요구…원금의 수배 이익 약속
차명폰·계좌·가명·마스크 동원…2개월 추적 끝 구속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9월 15일(화) 18:33
광주 서부경찰서
수천억원대 자산가 행세를 하며 광주의 한 치과의사에게 접근한 뒤 공장 가압류 등을 핑계로 253억원을 받아 가로챈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피해자인 치과의사는 이 남성에게 속아 거액을 건네는 과정에서 환자와 지인들에게 100억원대 투자금을 받아 돌려주지 못해 별도의 사기 사건 피의자로 구속됐다.

광주 서부경찰은 치과의사에게 25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A씨(60대)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2년부터 치과의사 B씨(50대·여)에게 접근해 자신을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것처럼 속이고 거액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상속받을 재산만 2500억원에 달한다고 속인 뒤 명품과 고급 음식 등을 건네며 B씨와 친분을 쌓았다. 이후 자신의 공장과 사업체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으로 가압류됐다는 이유를 들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단순한 차용을 넘어 원금의 몇 배를 수익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면서 거액을 지속적으로 받아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B씨가 변제를 요구하자 A씨는 경기도에 있는 공장을 처분하려면 먼저 압류를 풀어야 한다며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 또 B씨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익금 명목으로 약 40억원을 실제로 돌려주기도 했다.

범행 과정에서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한 치밀한 수법도 동원됐다. A씨는 가명을 사용하고 마스크를 쓴 채 활동했으며,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와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화할 때도 자신의 주거지에서 약 20㎞ 떨어진 장소까지 이동해 5분가량 통화한 뒤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가 환자와 지인들로부터 받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특정 계좌로 거액이 반복적으로 송금된 정황을 확인했다. 이어 휴대전화와 금융계좌 등을 추적해 A씨가 경기 남양주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약 2개월간 A씨의 동선을 추적하고 잠복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 6월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가로챈 돈 대부분을 인터넷 방송 후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B씨의 100억원대 투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경찰은 B씨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거액이 특정인에게 반복적으로 송금된 정황을 확인했고, 자금의 최종 흐름을 추적하면서 B씨 역시 거액의 사기 피해자일 가능성을 확인했다.

B씨는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으며, 현재 선결제한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B씨 외에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A씨가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와 계좌, 자금 사용처 등을 추가로 추적해 범행 전반을 확인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추가 피해 여부와 구체적인 자금 흐름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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