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지역의 미래 잇다]역사·먹거리로 콘텐츠 입히니 관광객 ‘발길’

<6>일본 사례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 문화상업 복합시설 재탄생
니가타 이미요쓰카사, 전통산업 양조장 투어로 활용
일상 속에서 전통 경험하는 재생 거점공간 자리매김

일본 요코하마·니카타=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일본 요코하마·니카타=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9월 28일(월) 18:28
관광객들이 일본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를 살펴보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건물이 간직한 역사와 기업의 이야기에 새로운 콘텐츠를 입혀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시도가 일본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 공간에 쇼핑과 음식, 축제, 전시, 체험 등을 더해 시민과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가나가와현 남동부에 위치한 요코하마다. 1859년 개항 이후 외국인 거류지와 무역항을 중심으로 발전한 요코하마에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던 근대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중 아카렌가 창고(붉은 벽돌 창고)는 근대화 초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공간이다.

신항 부두 건설과 함께 국가 보세창고로 건설된 세관 신항 부두 창고는 2호관이 1911년, 1호관이 1913년 각각 준공됐다.

당시 창고에는 일본 최초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소화전과 방화문 등 첨단 방재시설이 갖춰졌다. 근대 항만시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축물로서 당시 일본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전쟁과 산업구조의 변화는 창고의 기능을 바꿨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해외와의 무역이 중단됐고, 군사물자 보급기지로 사용됐다. 종전 이후에는 미군 항만사령부로 활용됐다.

1956년에는 다시 항만 창고로 재가동됐다. 1974년 당시 주요 취급 화물은 수입품으로 양모, 수출품으로 타이어·광학기계·합성수지 등이었으며 연간 물동량은 약 9만t에 달했다.

하지만 해상 운송의 컨테이너화가 진행되면서 창고의 화물 취급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1986년에는 연간 물동량이 2000t까지 줄었다. 당시 수입품은 염장 채소와 대나무 빗자루 등이었다.

항만 창고로서의 기능은 점차 약화됐고, 결국 1989년 창고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창고로서의 역사가 막을 내리면서 한때 철거도 검토됐지만, 2002년 문화·상업 복합시설로 다시 태어났다.



일본 이미요쓰카사 주조 주식회사의 한 직원이 압착실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일본 이미요쓰카사 주조 주식회사 갤러리에는 1920~1980년대 술, 술잔, 제조용품 등이 전시됐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1호관은 홀과 전시공간을 갖춘 문화시설, 2호관은 레스토랑과 상점 등으로 구성됐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벽돌 외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조명과 내부 인테리어는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도 기존 건축물이 가진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1호관과 2호관에는 요코하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념품과 의류, 액세서리, 문구류 등이 진열돼 있었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코트와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역사적인 건축물을 둘러보면서 쇼핑과 식사를 함께 즐겼다.

아카렌가 창고 일원은 이미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20여명의 일본 중학생을 비롯해 국내외 관광객들은 곳곳에서 카메라를 꺼내 기념사진을 남기며 항구도시의 낭만을 즐겼다.

1호관과 2호관 사이 이벤트 광장에서는 독일 맥주를 즐기는 ‘요코하마 옥토버페스트’를 앞두고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도 눈에 띄었다.

아카렌가 창고 인근에는 일본 최초의 도심형 케이블카인 ‘요코하마 에어 캐빈’이 설치돼 있다. JR 사쿠라기초역 앞 ‘사쿠라기초역’과 쇼핑몰 요코하마 월드 포터즈 앞 ‘운하파크역’을 연결한다.

‘닛폰마루 메모리얼 파크’에는 1931년부터 1984년까지 ‘태평양의 백조’로 불리며 활약했던 범선 ‘닛폰마루’가 항해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역사적 건축물 하나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의 관광·문화 콘텐츠와 연결해 체류형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일본 이미요쓰카사 주조 주식회사 갤러리에는 1920~1980년대 술, 술잔 등이 전시됐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일본 니카타현에 위치한 이미요쓰카사 주조 주식회사.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요코하마에서 역사적 건축물의 재생을 살펴봤다면, 니가타에서는 지역의 전통산업을 관광 콘텐츠로 활용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도쿄역에서 약 2시간30분간 신칸센을 타고 니가타역에 도착했다. 니가타역에서 이미요쓰카사 주조 주식회사까지는 약 1.1㎞ 거리로, 도보로 15분 정도 걸렸다.

이미요쓰카사 주조는 일본 사케를 대표하는 양조장 가운데 하나다.

이미요쓰카사는 약 250년 전인 에도시대 1767년 술 도매업과 여관업으로 시작했다. 과거 물자가 오가는 강을 끼고 있어 교통이 편리했던 이곳에 터를 잡았다.

매년 그해 생산한 쌀을 이용해 10월 초부터 이듬해 3월까지 사케를 빚는다.

이곳에서는 양조장 투어를 통해 오랜 전통과 사케 제조 과정을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투어는 사전 예약과 현장 등록 모두 가능하다. 약 15명 내외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200엔(약 1800원)이다. 설날을 제외하고 연중 운영되며 영어 투어는 평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투어는 30~40분가량 진행되며 평일 하루 7회,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루 8회 운영된다.

4종류의 술을 무료로 맛볼 수 있으며, 1000엔(약 8640원)을 내면 계절별 술과 무알코올 감주 등 10여 종의 술을 맛볼 수 있다.

투어는 양조장 본관 입구, 평화 양조실(담금실), 에도 양조실, 갤러리, 시음 순으로 진행됐다.

양조장 본관 입구에 매달린 공 모형 ‘스기타마’에는 주조의 안전을 기원하고 맛있는 술을 만들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삼나무 잎으로 만든 스기타마는 12월 초 매달아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갈색으로 변한다. 이는 술이 충분히 숙성돼 마실 때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화 양조실에 들어서자 거대한 나무 양조통이 시선을 압도했다.

나무 양조통은 온도 조절이 까다로워 이를 사용하는 양조장이 점차 줄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 양조통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구입했다. 투자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은 양조통 외부에 걸어 기념하고 있다.

술은 쌀과 물을 기본 재료로 만들어진다. 누룩에 있는 미생물이 쌀의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고, 효모가 이를 발효시키면서 알코올이 생성된다.



일본 이미요쓰카사 주조 주식회사는 판매장에서 직접 만든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팔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투어에서는 마침 압착기를 직접 청소하는 모습까지 공개하며 실제 제조 현장을 관광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줬다.

에도시대에 세워진 에도 양조실은 압착 후 짜낸 술을 보관하는 공간이다. 여과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맑고 투명한 술로 만들어진다.

갤러리에서는 1920~1980년대 연도별 간판과 사케 술통, 시음용 술잔 등이 전시돼 있었다.

투어를 마친 관광객들은 판매장으로 향했다. 다양한 사케를 비교하며 자신에게 맞는 술을 고르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지나가던 노부부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요코하마의 아카렌가 창고와 니가타의 이미요쓰카사는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오랜 역사와 축적된 노하우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쇼핑과 음식, 축제, 전시, 체험, 투어 등 새로운 콘텐츠를 결합해 시민과 관광객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과거의 흔적을 현재의 일상과 연결하면서 전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생한 것이다. 역사적 공간을 지역의 미래를 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본의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다.

관광객들이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아카렌가 창고 1호관에서 판매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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