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과 색이 만드는 마음의 여백…작은 생명에의 사유 포착 조근호 제31회 개인전 10월 8일까지 리아트센터서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 2026년 09월 29일(화)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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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좋은 날’ 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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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좋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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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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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포스터 |
‘햇살 좋은 날’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빛이 닿는 곳에서 창이 없는 방까지,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읽힌다. 전시는 작품을 단순하게 걸기보다는 시선의 이동을 쫓고 있다. 이를테면 완성된 하나의 작품세계를 정리하는 전시라기보다 이미 구축된 세계 안에서 새로운 감각이 발생하고, 작가의 시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시선은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에의 조망을 말한다.
철저하게 그의 작품은 구역이 분할된다. 그 분할은 초창기 굵직하고 단순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미세하게 분할되고, 조금 더 많은 것들이 화면 안으로 들어와 있다. 색감은 아주 진한 순천연의 컬러에서 색감이 다소 유연해졌다. 과거에는 직선의 상이 상상이 됐다면 이번에는 색감이 유연해진 탓에 곡선의 상이 상상된다. 일전 그의 작업실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방문한 적이 있는데 광주에서 무등산이 가장 잘 조망되는 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좋든, 싫든 무등을 회피할 수 없는 화가로 보였다. 작업실 색감은 흰색 한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아마 그 흰색이 훗날 많은 색감을 만지기 위한 여백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작가는 뭉치 산수 전과 후 화폭의 변화 진폭이 크지 않았나 싶다. 뭉치산수는 오랜 작업을 해오면서 변화의 기점에서 작가가 움켜쥔 변화의 구체적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뭉치산수의 깊이를 더하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가미해오던 작가의 회화세계를 눈치챌 수 있는 자리가 이번 전시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선과 꽃 등에 기민한 예술적 촉각을 발휘하고 있다. 먼저 그림의 가장자리와 모서리에서 이어지는 선에 주목한다. 화면 안에서 시작된 선과 형상은 작품의 경계에서 완전히 끝나는 대신 그 바깥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움직임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전시장 1층에서 햇살이 실제로 작품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경험했다면, 2층에서는 햇살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생명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시에서 말하는 ‘햇살’의 의미를 물리적인 빛 너머로 확장시키는 콘셉트를 구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 공간, 글, 빛은 각각 독립된 요소로 존재하지 않는다. 벽의 한 면 한 면이 한 편의 시를 이루는 페이지라면, 작품과 문장, 선과 색, 빛과 여백은 그 페이지에 흩어진 단어와 문장들이다. 관객은 그것들을 하나씩 읽고 맞춰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시라는 퍼즐을 완성한다. 선과 색이 만나고 갈라지는 과정, 화면의 가장자리와 모서리, 작품과 작품 사이에 놓인 빈 공간까지 생성과 연결의 감각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꽃은 시선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으로, 작가는 작은 생명 안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 생성과 소멸, 그리고 하나의 생명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힘을 바라본다는 시각이다.
꽃과 작은 생명, 화면의 모서리를 넘어 이어지는 선,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된 각각의 벽, 공간 곳곳에 놓인 문장, 낮과 밤에 따라 변화하는 1층의 빛과 창이 없는 2층은 각각 독립된 요소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전시를 완성하는 조각이 된다고 밝힌다.
전시기획을 맡은 남궁윤 예술감독은 “작품과 문장, 색과 선, 여백이 서로 연결되도록 했다”면서 “작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존재 안에 축적된 시간과 흔적,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그 존재가 가진 삶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고 말했다.
조근호 작가는 전북 순창 출신으로 조선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개인전 30회와 국내외 단체전 다수 참여했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초대전과 2004년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6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2022년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등 주요 전시에 참여해오며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의 작품세계가 이야기될 아트토크도 마련, 30일 오후 3시 열린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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