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세평] 교과서 속 어려운 말을 바꾸자 박병진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금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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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09월 30일(수) 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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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진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금구초 교장 |
교단에서 수십 년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러한 교과서의 변화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무겁고 어려운 개념어들을 가르치느라 고생을 좀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어휘의 한자 뜻풀이를 해주면서 가르쳤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평생 배움의 바탕을 다지는 가장 뜻깊은 책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교과서의 글들은 학생의 눈높이에 다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소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말로 이뤄져 있다.
낱말의 뜻을 곧바로 미루어 짐작할 수 없으니, 그 뜻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너무나 어렵다. 결국 아이들은 뜻을 아는 대신 글자 자체를 아무 뜻도 모른 채 통째로 외우는 길을 고르게 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가 더 힘이 든다.
충분히 쓸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고민 없이 교과서에 어려운 한자 말만을 우겨 온 것은, 배우는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괴로움을 안겨주는 일이 된다. 교과서 속 어려운 말을 무작정 외우게 하는 것보다 한글 등 쉬운 말을 쓰면 그 뜻을 훨씬 뚜렷하게 알 수 있고 공부도 한결 쉬워진다.
오늘날, 글을 읽고 뜻을 아는 힘이 떨어지는 일이 큰 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우리는 흔히 스마트폰이나 짧은 영상 매체를 탓하고 아이들이 책을 덜 읽는다고 꼬집는다. 이른바 문해력 문제를 말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쥐여준 교과서가 과연 쉽게 읽어낼 수 있는 글인지부터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한다. 말의 벽에 부딪혀 첫걸음부터 주저앉은 아이들은 수업에서 멀어지고, 이는 곧 뛰어넘기 힘든 배움의 차이로 이어진다.
실제로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꿀 수 있는 보기는 초등학교 과학 과목만 보아도 차고 넘친다.
4학년 과학 시간에 퇴적암의 종류를 공부할 때 ‘이암’, ‘사암’, ‘역암’이 나온다. 여기에서 ‘이(泥)’는 진흙이고 ‘사(砂)’는 모래, 그리고 ‘역(礫)’은 자갈을 뜻하는 한자다. 그러므로 이 낱말들 역시 ‘진흙암’, ‘모래암’, ‘자갈암’으로 곧바로 바꿀 수 있다.
또한 달의 모양을 배울 때 나오는 ‘상현달’과 ‘하현달’도 좋은 예다. ‘현(弦)’은 한자로 활시위를 뜻한다. 즉, 위를 향해 활 쏘는 모양이면 상현달, 아래를 향해 활을 쏘는 모양이면 하현달이라는 뜻이다.
사실 이 둘은 모두 반달이다. 하나는 초승달에서 커져가는 반달이고, 다른 하나는 보름달에서 점점 줄어들어 그믐달로 가는 반달일 뿐이다. 그렇다면 아이들 처지에서 알아듣기 힘든 한자말보다는 ‘오른반달’이나 ‘왼반달’, 혹은 ‘위반달’이나 ‘아래반달’ 등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비가 오면 흐르는 물에 의해 땅의 모양이 바뀐다고 배울 때, 교과서에는 물이 흙을 ‘침식’하고 ‘운반’해서 ‘퇴적’하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 이른바 ‘침식 작용’, ‘운반 작용’, ‘퇴적 작용’이다. 조금 무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는 ‘깎는 일’, ‘옮기는 일’, ‘쌓는 일’이라고 알기 쉽게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조금만 짚어보면 쉬운 말로 바꿀 수 있는 낱말은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물론 우리 교과서에는 섣불리 가벼운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낱말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낱말을 쉬운 말로 바꾸어 가는 동시에,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 어휘를 잘 가르치는 노력도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낱말의 뿌리를 아는 기초적인 한자 교육도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뜻도 모르는 낱말을 통째로 외우게 놔둘 것이 아니라, 교과서의 알맞은 곳에 ‘한자 어휘 풀이 사전’이나 친절한 주석을 덧붙여 넣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된다.
쉬운 한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바꿔 말의 벽을 허물고, 남겨진 한자말은 풀이 사전을 통해 그 속뜻을 찬찬히 밝혀줄 때 아이들이 문장을 읽어내는 힘은 비로소 깊어진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교과서’, 그리고 어려운 말뜻을 짚어주는 ‘친절한 어휘 풀이 사전’을 품은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을 더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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