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짓는다더니…광주 산정지구 주민 재산권 ‘발목’

토지거래허가 지정 5년…지연 관리기준 없어
LH 지구계획 승인 목표 내년 상반기 ‘불투명’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10월 13일(화) 16:19
비수도권 공공주택사업 추진 지구 현황
광주 산정 공공주택지구 사업이 관계기관 협의 지연 등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제약이 장기화하고 있다.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지구를 지정했지만 사업 추진과 보상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은 토지를 자유롭게 거래하거나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광주 서구갑·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 산정지구는 2021년 3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5년 넘게 토지 거래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관계기관 협의 지연 등으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LH가 제시한 지구계획 승인 목표 시점도 2027년 상반기로, 실제 보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건축이나 토지 형질 변경 등 일정 행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경우 토지 거래에도 제약이 따른다. 사업이 장기화할수록 주민들이 토지를 활용하거나 처분하는 데 겪는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업 추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주민들이 재산권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계획 승인과 보상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광주 산정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비수도권 공공주택사업 23개 지구 가운데 8개 지구, 총 5만1060호 규모의 사업이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5개 지구는 보상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지연이 장기화한 곳도 적지 않다. 창원 태백지구는 2018년 7월 지구 지정 이후 99개월이 지났고, 제주 김녕지구도 2018년 12월 지정 이후 94개월이 경과했다. 두 사업 모두 사업성 부족 등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 상서와 세종 연기·조치원지구는 주택 수요와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진주 문산지구는 사업 추진을 보류한 상태다. 사업성 개선이 어려울 경우 지구 지정 해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LH는 주택 수요 감소와 건설 원가 상승,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 등을 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장기간 지연되는 사업을 별도로 점검하고 정상화 또는 조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공식적인 위험관리 지침과 대응 절차는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인 사업성 검토와 투자심사는 이뤄지고 있지만, 지연 기간이나 사업성 악화 정도에 따라 정기적으로 사업을 재점검하고 일정 시한 안에 추진 방향을 결정하도록 하는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업성 검토와 관계기관 협의가 반복되면서 의사결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인철 의원은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부담을 주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공공주택을 짓겠다며 내 땅에 선을 그어 놓고, 최장 8년이 넘도록 사업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자기 땅을 마음대로 팔지도, 제대로 쓰지도 못한 채 언제 보상받을지조차 모르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LH는 장기 지연 사업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정상화하거나 조정할지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8개 지구의 추진 방향과 일정을 주민 앞에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며 “묶여 있는 재산권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최소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91875981548831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3일 18:3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