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78주기 첫 대통령 추념사…"국가 책임 끝나지 않았다"

순천 오천그린광장서 합동추념식…유족·시민 등 800여 명 참석
진상규명·명예회복 의지 밝혀…내년 4월 진상조사보고서 완성 추진
민형배 시장 "신고 기다리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희생자 찾겠다"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2026년 10월 19일(월) 14:04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19일 순천 오천그린광장에서 열린 ‘제78주기 여순 10・19사건 합동추념식’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19일 순천 오천그린광장에서 열린 ‘제78주기 여순 10·19사건 합동추념식’에서 주요내빈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여수·순천 10·19사건 78주기 합동추념식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추념사가 공식 발표됐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통을 외면한 데 대한 성찰과 함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미신고 희생자를 직접 찾아 기록과 증언을 확보하고 유해의 가족 인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통합특별시는 19일 순천 오천그린광장에서 희생자 유족과 시민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8주기 여수·순천 10·19사건 합동추념식’을 거행했다.

‘78년의 기다림, 이제는 대한민국이 여순의 진실을 완성하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형배 시장,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비서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첫 합동추념식이다.

윤 장관은 이날 대통령 추념사를 대독했다. 지난해 제77주기에는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추모 메시지를 전했지만, 합동추념식 현장에서 대통령 명의의 추념사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추념사에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오랫동안 외면해 왔다는 성찰이 담겼다.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착수만으로 국가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진상조사보고서를 완성해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인 만큼 국가권력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 완성을 앞두고 통합특별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를 찾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민 시장은 추념사에서 “내년에는 국가 차원의 첫 진상조사보고서가 공개돼 78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이 대한민국의 공식 기록으로 남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신고를 기다리고만 있지 않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희생자를 먼저 찾아 나서겠다”며 “남아 있는 기록과 증언을 찾아 모으고, 발굴된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긴 세월 이어진 유족의 고통과 진상규명에 대한 염원도 전해졌다. 유족 박경진 씨는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아버지 고 박찬길 검사의 사연을 소개하며 78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은 가족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이어 제3회 여수·순천 10·19평화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열여섯 살이었다’가 낭독됐다. 창작음악극 ‘기억의 타살’과 순천시립합창단의 추모곡 합창도 이어졌다.

추념식은 4대 종교의례와 헌다·헌무 등 식전행사에 이어 묵념과 헌화·분향, 경과보고, 유족 대표 인사말 등으로 진행됐다. 현장을 찾지 못한 유족과 시민을 위한 온라인 추모관도 운영됐다.

통합특별시는 내년 4월 진상조사보고서 완성을 앞두고 미신고 희생자 발굴과 명예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추모공간 조성과 유족 생활보조비 지원, 트라우마치유센터 운영 등을 통해 희생자 예우와 유족의 일상 회복도 뒷받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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