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다시 마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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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다시 마당으로

윤만식
한국 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윤만식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장
촛불의 힘에 의해 불량한 보수정권이 물러갈 조짐이 보이자 그동안 블랙리스트니, 지원 배제니 하는 바람에 숨죽어 있던 진보성향의 공연 관련 예술인 및 단체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사업들 중 추진 가능한 사업을 논의한 결과 20년 동안 해오다, 지난 정권 10년 동안 중단됐던 ‘민족통일 대동 장승굿’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족통일 대동 장승굿’은 1987년 6·10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등 민주화 바람이 일어난 다음해인 1988년에 백두대간의 시작인 전남 지리산 ‘임걸령’에 처음으로 ‘민족통일 남장군’과 ‘생명평화 여장군’을 세웠다. 이후 1989년에 충청도 계룡산 ‘갑사’에, 그 이듬해인 1990년에 경상북도 ‘문경새재’, 또 그 이듬해인 1991년에 부산 ‘금정산’에 그리고 숨을 한번 고른 후 1994년에 강원도 원주 ‘치악산’, 1999년에 부산 ‘민주공원’, 2000년에 경상남도 영산 ‘영축산’, 2003년에 대구 ‘비슬산’, 마지막으로 2007년에 강원도 ‘평창’에 터를 닦아 장승을 세워 왔다. 장승은 통일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안팎의 잡귀들을 물리치고 스스로를 지키는 수문장이자 통일장정의 이정표가 됐다. 그러다가 MB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체의 재정지원을 배제하는 바람에 10년 동안 장승을 하나도 세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필자가 이사장으로 속한 ‘한국민족극운동협회’의 회비와 이러한 사업에 뜻을 같이 한 광주 ‘무등 공부방’의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의 지원으로, 10년 만에 무등산 문빈정사 앞 뜰에 장승을 세우게 됐다.

그리고 장승을 조각하고 세우는데 주위의 여러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먼저 장승의 얼굴 윤곽과 조형미를 자문해준 원주에 사는 후배 김봉준 판화가, 장승을 직접 조각 해준 후배 김경학 조각가, 장승 세울 부지를 흔쾌히 내어준 문빈정사의 법선스님, 그리고 장승을 특수 제작한 수레에 싣고 무등산까지 밀고 간 광주 시민들, 또 흥을 돋우고 기운나게 한 100여명의 풍물 길놀이패, 마지막으로 전체 진행과 모든 궂은일 등을 불평 한마디 없이 깔끔히 치러준 광주 전남의 ‘민극협’ 소속의 목포 극단 ‘갯돌’과 광주의 놀이패 ‘신명’과 극단 ‘토박이’ 단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드리는 바이다.

혹 운림동쪽으로 무등산 산행할 기회가 있다면 문빈정사 담벼락 옆에 세워진 장승을 보고 두손 모아 원하는 소원을 기원해 봄직 하다고 권하고 싶다.

이어 두 번째 사업으로는 이 역시 198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0년이 되는 필자 소속의 ‘전국 민족극 한마당’이라는 전국 행사이다. 이 행사 또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재정지원이 끊겨 2013년에 제주 특별자치도의 재정지원으로 제주도에서 행사를 치룬 후, 계속해서 못하다가 올해 초 촛불정국에서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에서 그나마 소정의 지원으로 제27회 한마당을 광주에서 열 수 있게 됐다.

다행인 것은 아시아문화원에서 딱한 사정을 인지하고 공동주최를 제의하면서 전국 마당극패와 진보성향의 무대극 공연팀들에게 약간의 거마비라도 주게 돼 한결 마음이 가볍다.

공연일자와 장소는 16일부터 18일까지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앞 야외공연장이 큰 마당이고, 나무계단을 올라가서 왼편으로 돌아 올라가면 작은 마당이 나온다. 공연시간은 첫째 날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둘째 날은 오후 5시부터 10시 30분까지, 셋째 날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이다.

소극장 공연은 장동로터리에 있는 극단 토박이가 운영하는 ‘민들레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렇듯 정권이 바뀌니 중단됐던 전국적인 행사를 광주에서 2개나 열 수 있게 돼 몸이 두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그래도 우리 고유의 민속 문화이자 민족문화인 장승을 깎고, 옮기고, 세우는 등 전통의 양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과정과 우리 고유의 공연형식인 마당에서 하는 가면극, 창극, 인형극, 그림자극 등을 현 시대의 얘기 거리로 재창조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한 민족극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공감대를 확대하고자 한다.
박세라 기자 sera0631@gwangnam.co.kr         박세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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