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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어떤 연유로 그렇게 불리어왔든 광주는 “예향”이라고들 하고 타 시도에서 인정을 하든지 말든지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대한민국의 문화수도” 이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다.
어느 한 나라나 도시의 문화 수준은 그곳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매우 타당성 있고 적절하다.
왜냐하면 오케스트라의 수준은 단기간 내에 끌어올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결국 그 지역 문화와 경제, 예술분야의 힘이 종합적으로 축적된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집약적으로 드러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문화수도’나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려면 우리 지역 오케스트라의 실력으로서 그것을 증명해야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매년 유럽과 미주의 유력 방송매체와 언론 및 클래식전문지, 평론가들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그 순위를 매기는데 여기 순위에 드는 오케스트라들은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시카고심포니, 런던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 눈여겨볼만 한 것은 일명 ‘벨벳 사운드’로 유명한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제치고 자주 1위에 랭크된다는 점이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인 사이토 기넨 오케스트라가 10위안에 랭크된 적이 있었던 것도 특별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원래 잘하는 세계 일류 교향악단들의 행보는 그렇다 치고 사실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광주시립교향악단(이하 광주시향)에 관한 실질적인 발전 방안이다. 광주시향은 올해로 창단된 지 만 41년이 지났다. 40여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주시향의 국내외적 브랜드는 솔직히 내세울게 없었다.
2016년 봄의 일이다. 창단 40년 만에 광주시향 자체 예산으로는 최초로 기획된 해외 공연 장소로 일본 도쿄의 세계적인 콘서트홀 메트로폴리탄 극장이 결정되었다. 현지 대관 담당자와 미팅 약속을 잡고 광주시향의 연혁을 나름 부풀려서 상세하게 정리한 서류와 수년간의 공연 프로그램 북을 지참하고 대관 교섭을 시작하였다. 극장 측의 반응은 시종일관 냉담했고 그저 막연히 대관심사 결과를 기다려보라는 입장이었다. 그 말은 곧 거절의 일본식 표현이었고 즉시 우리는 해결 가능한 모든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공신력이 있는 일본오케스트라 연맹이 신용 보증을 서 줌으로서 대관 계약을 마칠 수 있었는데 수년전 이미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가졌던 정명훈의 서울시향은 대관 과정에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고 또 그동안 광주시향이라는 오케스트라의 이름 자체를 단 한번 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대관 담당자의 말에서 광주시향의 해외 브랜드 가치는 적나라하게 민낯을 드러냈다.
브랜드가 전혀 없는 교향악단으로서의 시련은 계속 되었다. 2017 유럽 투어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도 유럽 각국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티벌에 초청 받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돌아오는 회신은 한결같았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월드클래스의 지휘자, 솔리스트들과의 협연 경력이 거의 전무하고 단 한번도 유럽 연주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나중에 광주시향은 뜻밖에도 유럽의 대표적인 콘서트홀 오스트리아 린츠 부르크너하우스의 정식 초청을 받게 되는데 그것에는 새로운 상임 지휘자 김홍재의 명성과 도쿄 공연 DVD영상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운이 따라주어 좋은 결과들을 얻긴 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지방 교향악단의 브랜드화를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적 자원은 바로 확실한 리더십을 갖춘 실력 있는 지휘자, 전체 단원들을 납득시킬만한 탁월한 연주력의 콘서트마스터(악장), 그리고 각각 파트별로 리더 급의 우수한 연주자들이다. 거기에 교향악단 사무국의 공연기획 파트와 홍보 파트의 전문 인력들 역시 똑같이 중요하다. 물론 이 모든 인적 구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므로 여기에서도 당연히 우선순위를 결정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광주시향의 연간 예산, 과거와 현재의 운영체계 및 조직구조, 프로그래밍에 관한 분석, 시 차원의 행정적인 지원가능 범위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이고 진지한 진단 작업에 들어갔고 마침내 결론이 내려졌다. 광주시향의 혁신적인 변화와 브랜드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적 자원 중 가장 먼저 거장 급의 훌륭한 지휘자가 시급하게 필요했다. 극비리에 프로젝트는 진행되기 시작했고 교향악단 노조에서부터 윤장현 시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과 수고로서 최선의 길을 찾고 있었지만 실은 우리가 일류 지휘자를 만족시킬 만큼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다만 최선을 다 할 뿐이었다. 그런데 절박함과 간절함을 담은 진심이 통했는지 국내 최정상급이며 세계적 수준의 지휘자로 평가받는 거장 김홍재 지휘자는 여러 오케스트라로부터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2016년 어느 가을날 오후 광주시향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그날도 여전히 세간에는 김홍재 지휘자의 향후 거취에 대한 수많은 추측들이 어지럽게 나돌고 있었다. 광주시향 브랜드화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2026.03.12 (목) 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