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파국 배경엔 트럼프-젤렌스키 6년 묵은 '악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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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파국 배경엔 트럼프-젤렌스키 6년 묵은 '악감정'

두사람 모두 본능 충실한 ‘알파男’…우크라 정치 상황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백악관 난타전은 예견됐던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험과 자신이 처한 국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양보만은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두 정상 간 구원(舊怨)이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짚었다.

당시 집권 1기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비리 조사를 압박했지만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역으로 이런 통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소추 대상이 됐고,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원한을 품어왔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선 선거전이 치열했던 지난해 9월에도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긁었다.

전쟁에 필요한 포탄 공장이 있는 도시를 방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당시 공화당에서는 이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6년 전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적대감을 쌓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날선 반응에 그대로 굴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터 바이든 사건 당시 우크라이나가 조사에 응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군사 원조 중단을 지렛대로 사용했었고, 당시 경험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가 헌터 바이든 사건 이후 다시는 ‘졸’ 취급을 받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전했다.

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각국 정상들의 망명 제안을 뿌리치고 푸틴에게 맞섰던 인물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바르토시 치호츠키 전 우크라이나 주재 폴란드 대사는 “두 ‘알파남’(alpha male)이 충돌했다”며 “젤렌스키는 시스템이 아닌 본능에 충실하고, 복종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그런 면에서 트럼프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것은 굴복하기를 싫어하는 비슷한 성향의 두사람이 부딪힌 결과라는 것이다.

WSJ은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와 전쟁 상황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치호츠키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젤렌스키는 조만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그는 굴복한다면 자신이 즉시 제거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올해 말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을 만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선의 상황도 어렵기는 하지만 재앙 수준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립전략연구소 미콜라 비엘리에스코우 선임 연구원은 “우리는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군사 지원을 철회하더라도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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