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청년센터가 청년과 함께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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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주청년센터가 청년과 함께한 10년

박민국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장

박민국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장
2015년 6월 29일 전국 최초의 청년센터가 ‘광주청년센터the숲’ 이라는 이름으로 광주 동구 금남지하상가에서 개관했다. ‘청년센터’라는 이름은 물론 ‘청년정책’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청년 문제는 일자리 문제라는 인식으로 한정 지어졌던 시기였기에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은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고용을 촉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청년고용촉진 특별법’뿐이었다.

서울의 ‘청년일자리허브’ 같은 청년 공간이 존재했지만, 청년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청년 문제를 일자리의 영역을 넘어서 삶 전반에 걸쳐 진단해야 한다는 담론은 막 시작하는 단계였을 때였다. 청년기본법과 시 청년기본조례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청년센터를 운영했다는 측면에서 광주는 다른 지역보다 선제적으로 청년 문제를 발굴·예방·해결하고자 노력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지점에서 당시 광주청년센터는 청년들이 교류·협력하면서 대안을 찾고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들어갈 거점 공간으로, 청년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당사자의 주체적인 활동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청년의 목소리를 모아서 확산하고, 활동을 지원하고, 역량을 개발하는 사업을 구성하고 추진했다. 일자리 문제만 해결되면 청년 문제도 해결된다는 패러다임을 깬 미션과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청년의 삶은 더 나아졌을까? 광주 청년은 다른 지역 청년보다 더 좋은 지역에 살고 있다고 느낄까? 단순하게 인구만을 놓고 보았을 때 청년센터가 개관했던 2015년 6월 청년(19~39세)의 인구는 44만명으로 광주시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했었다. 그리고 2025년 6월 청년의 인구는 36만명으로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10년간 광주는 청년 8만명이 줄어들었고 인구 비율은 5%가 줄어들었다. 이는 인구감소 요인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청년이 유출됐음을 나타낸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광주 인구는 139만명으로 2004년 140만명에 진입한 이후 21년 만에 가장 적은 인구수가 집계됐고, 유출 인구 중 청년의 비중이 높은 것 또한 확인됐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라고 밖에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

물론 10년 사이에는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이다. 기업의 고용 축소와 자영업의 위기로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센터는 청년의 모임이나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중단되고 심지어 공간대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췄다가 다시 회복되는 시기에는 대유위니아그룹의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으로 광주에 소재한 생산공장과 중소 협력업체의 타격이 있어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에 사회에 진입하려고 했던 청년들은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큰 장벽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을 노린 불법 대출, 내구제대출, 스미싱, 피싱과 같은 금융사기, 전세 사기 등의 범죄 피해사례는 더욱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의 폭등까지 겹치면서 청년의 희망을 산산이 깨트렸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청년이 바라는 일자리 부족’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일자리만의 문제로 바라보면 해결 방법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10년 전 광주청년센터가만들어질 때 일자리 문제만이 아닌 청년의 삶 전반에서 청년의 사회진입과 참여를 위한 연결의 플랫폼 역할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청년은 기성세대부터 서서히 발전해 온 사회문제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요즘 청년이 문제’라는 식의 말은 지금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전혀 없는 폭력이다. 이제는 청년이 처한 문제를 청년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고,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해 나갈 청년에게 필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의 해결 방식을 다시 고민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통과된 ‘광주시 각종 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처럼 청년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식도 좋은 사례다. 광주청년센터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약해진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직접지원사업 확장에 그치지 않고 무너진 청년 생태계를 회복해 나가기 위한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청년의 목소리와 욕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자치구의 청년센터와 함께하는 지역특화 청년 사업, 지역의 활동가 및 전문가와 함께하는 청년 교류 회의를 통해 지역 맞춤형 청년정책을 발굴하고 더 큰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고자 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사회도 바꼈고 청년도 달라졌다. 함께해 온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지금까지 담아온 청년의 이야기와 앞으로 청년이 주도할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청년센터가 10년 전처럼 앞장서고자 한다. 가장 먼저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했던 광주가 진정한 청년의 내일이 빛나는 기회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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