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미향 캄보디아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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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화제의 인물] 박미향 캄보디아공동체 대표

"통역은 생존 연결고리…이주민 등불 되는 공간"
2012년 설립…한글 교육 등 장기 체류·정착 지원
크메르어 통역서비스센터 운영·병원 진료 동행도

캄보디아 사무실에서 박미향 대표가 이주민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모습.
박미향 대표가 한 미나리 공장에서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13일 광주 광산구 옥동 2공원에서 캄보디아 ‘쫄츠남’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4월 13일 광주 광산구 옥동 2공원에서 열린 캄보디아 ‘쫄츠남’ 행사에서 캄보디아 노동자, 이주여성, 유학생 등이 1000여명이 참석해 예불의식을 진행했다.
박미향 대표가 캄보디아 공동체에서 한국어교육을 하고 있다.
박미향 캄보디아공동체 대표


“캄보디아 이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소통입니다. 통역은 생존을 위한 연결고리니까요.”

광주에 거주하는 캄보디아 이주민을 위해 상담과 통역, 생활 지원 공간을 만들어낸 박미향 광주·전남캄보디아공동체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한국에 입국해 2010년 귀화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민이다.

그는 광주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광주출입국사무소,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서 통역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법원과 경찰서 공식 통역사이자 광주민중의집 노동자 상담사로도 일하고 있다.

이주민 생활의 현실을 직접 접한 박 대표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지원을 위해 ‘광주·전남캄보디아 공동체’를 설립했다.

2012년 9월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공동체는 캄보디아 이주민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체에는 현재 남성 이주노동자 15명이 생활하고 있다. 여성 이주민을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돼 30여명이 기숙 형태로 머물고 있다.

박 대표는 이곳에서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눠 기초 한글교육, 자녀교육 상담, 한국 역사교육, 커뮤니티 활동 등도 함께 운영해 장기 체류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이주민 대다수가 공장, 농장,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고 있으나 언어 장벽으로 인해 병원 이용이나 노동 상담 등의 기본적인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공동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말이 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이주민들에게 ‘가족’의 역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또 한국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부당한 일 등 다양한 고충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곳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이주민들은 상담을 받으면서 다른 이주민들과 소통하고 온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운영 중인 캄보디아 공동체는 이주민의 구직과 경제 활동도 돕고 있다.

이주민들은 입국 후 3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직장을 구했더라도 월급의 대부분을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어서다.

박 대표는 “아플 때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한국어를 몰라 고통을 참는 노동자도 있다”며 “통역사 한 명만 있었다면 그렇게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거창한 정책보다는 말이 통하는 한 사람”이라며 “그들에게 소통은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박 대표는 지난 2020년 6월 송정동 일원에 통역 자원봉사자 양성소인 ‘크메르어 통역서비스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에는 8000여명의 캄보디아 출신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크메르어 전문 통역 인력은 단 2~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나 공공기관의 지원은 행정 절차에만 국한돼 있어 이주민들은 의료 서비스, 법률 상담, 노동 문제 등 실제 생활 현장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센터를 통해 언어 장벽과 체류 문제, 의료 접근성 부족, 고용 불안 등 다양한 생활 문제를 겪는 이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상담은 무료로 제공되고, 공항 동행이나 장거리 출장 등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지원은 사전 조율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통역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담서비스, 병원 진료 동행, 비자 연장 안내 등 이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미향 대표는 “수년 동안 통역 활동을 하며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많았다”며 “공동체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메르어 서비스센터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활동 중인 통역 인력은 박 대표를 포함해 2~3명뿐이다. 하지만 향후 공동체 내부에서 더 많은 자원활동가를 발굴하고 기초 언어 교육과 상황별 대응 훈련을 통해 지역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자치단체나 시민단체와 연계로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제도 개선 운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 대표는 “캄보디아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큰 기대를 품고 오지만 떠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슬프다’는 말이다”며 “공항 가는 길, 코로나 검사 방법, 비행기 표를 놓쳤을 때 대처 방법 등 아주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지금도 병원이나 은행을 못 가는 이들이 너무 많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의사소통”이라며 “이 공간이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불안해하는 캄보디아 이주민들의 등불이 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정호 기자 ljh4415@gwangnam.co.kr         임정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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