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 ‘몰래 공탁’ 양형기준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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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대법원 양형위, ‘몰래 공탁’ 양형기준 고친다

양형기준 수정·오인 방지…양형인자서 ‘공탁 포함’ 삭제
광주고법도 양형기준 적용 논의…2026년 3월 최종 의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몰래 공탁’ 등 사회적 논란을 낳아온 공탁 관련 양형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양형위는 11일 열린 전체 회의에서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를 정비하는 내용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양형위는 전체 양형기준의 양형인자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할 예정이다.

공탁은 피해자가 나중에 수령할 수 있도록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다. 하지만 피해자 의사와 상관 없이 감형만 노리고 ‘기습 공탁’을 한 뒤 감경을 받는 사례가 발생해 사회적 비판이 제기됐다.

정작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채 법원에만 잘 보여 선처를 받기 위해 몰래 공탁하는 것까지 인정해줘야 하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양형위는 “피해 회복 방법의 하나로 기재된 ‘공탁 포함’ 문구로 인해 마치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 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의는 광주 법조계에서도 논의됐었다.

지난 4월 광주고등법원은 ‘최근 양형 이슈에 대한 양형위원회의 대응과 양형 기준의 변화’를 주제로 양형실무위원회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기습 공탁’, ‘대필 반성문’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날 회의에는 고법 본원과 관할 지법·지원 형사재판부 법관들이 참석, 피해 회복과 진지한 반성 관련 양형 요소를 어떻게 공정하게 적용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범선윤 광주지법 순천지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변론에서 보인 태도와 다르게 감형을 노리고 선고기일 직전 피해자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공탁해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을 받는 사례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습공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있다”며 “성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반성문 대필, 한시적 기부 등 이른바 ‘꼼수 감형’을 노리는 패키지 시장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로 판결문에 빈번하게 사용하던 ‘반성’이란 용어 자체가 많은 오해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민아 광주고법 판사도 “때로는 피해 회복이 없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 이른바 ‘외상합의’도 양형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둘을 엄격하게 분리하지 말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세부요건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한결 광주지법 판사 역시 “피고인이 응당 지급해야 할 민사상 손해배상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 회복과 관련해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광주고법은 양형실무위원회 정기회의의 발표와 토론 결과는 각각 원외재판부인 전주와 제주의 형사재판부와도 별도의 간담회를 통해 공유, 공정한 양형에 관한 논의를 호남·제주권 전역의 법원으로 확산시켰다.

광주법원에 피해자 의사에 반한 피고인의 공탁금 신청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오월어머니집 관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자를 보내 법정 구속된 5·18단체 관계자 A씨(64)는 선고 1주일을 앞두고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500만원을 형사 공탁했다.

그러나 이를 사전에 파악한 검찰은 ‘수령의사 확인 제도’를 통해 피해자가 수령 의사가 없다는 것과 범행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에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를 받아들여 공탁금을 감형 등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한편 양형위는 앞으로 회의를 거쳐 증권·금융 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 양형인자 등을 설정한 뒤 내년 3월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연합뉴스·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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