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소자들 떠난 교도소에서 ‘무성영화 변사극’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제소자들 떠난 교도소에서 ‘무성영화 변사극’

25일 오후 3시 장흥 복합문화공간 빠삐용Zip서
‘첫 마을 변사’ 서원섭 용동마을 이장 참여 주목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연진이가 수감됐던 교도소에서 보는 흑백영화는 어떨까. 대사가 없어 사람이 직접 설명해주는 영화라면. 아마 교도소라는 공간과 흑백영화라는 생소한 분위기에, 대사를 얹는 변사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될 터다.

이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가 펼쳐진다. 국내 유일 실물교도소이자 영화촬영지인 장흥 빠삐용Zip에서 무성영화 변사극이 펼쳐지는 것.

무성영화 변사극 공연이 열릴 빠삐용Zip은 1975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되던 실제 교도소 시설(옛 장흥교도소)이다. 2015년 유휴공간이 된 이 곳은 2019년 장흥군이 매입, 유휴공간문화재생지원사업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교도소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 뿐만 아니라 영화 관련 서적과 비디오, DVD 드응로 채워진 영화로운 책방, 옛 민원봉사실을 고쳐 만든 장흥 아카이브 전시공간, 교도소 주벽 안쪽에 마련된 텃 밭 공간인 새로살림터, 경비교도대 자리로 공유 부엌과 공유화덕터 등으로 이뤄진 공유공간 새로살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의 변사극 공연이 오는 25일 오후 3시 빠삐용Zip(옛 장흥교도소 내 영화로운 책방) 에서 열린다. 사진은 이날 변사로 나설 장흥 부산면 용동마을 서원섭 이장의 공연 모습.
빠삐용Zip이라는 명칭은 억울하게 수감된 주인공이 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탈출을 감행하는 동명의 영화 ‘빠삐용’(Papillon, 1974)과 파일 압축 확장자 ‘Zip’의 합성어로, 함께 살아가는 공간 즉, 집까지 확장해나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세상이 감옥같고 삶이 형벌 같을 때 사색과 해방의 공간으로 기능해 치유와 회복이 이뤄지는 갱생문화발신지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열릴 무성영화 변사극 공연은 장흥 부산면 용동마을 서원섭 이장이 변사로 참여해 이끈다. 서원섭 이장은 장흥군이 올 2월부터 시작한 로케이션 매니저 양성 교육에 참여, 양성 기초 과정을 수료한 로케이션 매니저 양성 교육 1기생이다. 심화반을 거치면서 지역 이곳저곳을 누비며 스토리가 있는 숨은 장소를 발굴해온 그는 지난해 빠삐용Zip이 운영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무성영화 변사 양성 워크숍 빠삐용유랑단을 수료해 장흥 첫 마을 변사로 활동해왔다. 6차례 마을 공연을 거쳐 지난달 부산 ‘노라랑 축제’에서 독보적인 변사극을 선보인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실력을 선보인다.

그가 변사극을 선보일 영화는 고 윤대룡 감독의 1948년 작 ‘검사와 여선생’이다. 대사가 없는 흑백 화면 위로 서원섭 이장의 목소리가 더해진다.

옛 장흥교도소로 현재 국내 유일 실물교도소이자 영화촬영지로 활용되고 있는 빠삐용Zip.
서원섭 이장은 “농번기 바쁜 틈을 타서 대본을 익혔고, 어디서든 변사톤으로 소리 내어 연습했다. 읍내까지 나오시기 힘든 마을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보여드리고 싶어 시작했다”면서 “매 공연마다 어르신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해드릴 수 있다는 뿌듯함에 장흥의 마을들을 돌며 즐겁게 무성영화변사극에 임했다”고 말했다.

빠삐용Zip 관계자는 “무성영화 변사극은 단순한 영화 감상을 넘어 변사의 목소리와 제스처로 전달력높은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양성한 변사들은 내년에 무성영화 변사 양성 2기를 양성하면서 강사로, 또 별도의 변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공연은 25일 오후 3시 빠삐용Zip 내 영화로운 책방에서 열린다. 12월까지 매월 1회씩 마련된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