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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
전력은 산업 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이지만, 정작 필요한 시기에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발전 설비의 부족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전력 생산 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생산된 전력을 산업 현장과 도시로 원활하게 전달할 송배전망의 확충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호남 지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전력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전력 수요지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송전 인프라는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부 시간대에는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고도 송전 용량 부족으로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산업단지 조성이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전력 공급 시기를 맞추지 못해 사업 추진 지연을 우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결국 한쪽에서는 전기를 생산하고도 활용하지 못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력이 부족해 산업 활동이 제약되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전남 신안과 영광 일대에서 반복되는 출력제어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으며, 전력망 확충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송배전망 구축을 사실상 한국전력공사 한 곳이 전담하는 현재의 투자 구조다. 전력망 확충에는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최근 한전의 재무 여건상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전력망은 단순한 공기업의 설비가 아니라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도로와 철도, 항만 등 국가 기간망을 정부가 책임지고 구축하듯, 전력망 역시 국가 차원의 투자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들은 전력망을 국가 전략 인프라로 인식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인프라투자법을 통해 전력망 현대화에 정부 재정을 직접 투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역시 ‘REPowerEU’ 계획을 통해 국가 간 송전망 연계 사업에 범유럽 차원의 재정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전력망 확충이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지난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제정하며 국가 재정 투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원 조항이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 머물러 있어, 예산 당국의 신속하고 과감한 재정 집행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한전의 재무 여건이 녹록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 지원이 임의 규정에 그친 현행 법?제도로는 전력망 확충을 적기에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전력망 확충을 국가 책임 사업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전력망 확충 사업 전반에 국가 재정을 의무적으로 투입하는 등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 재정 투입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 참여와 다양한 금융 조달 방식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 구조를 다변화하면 전력망 구축 속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는 지금, 전력망은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단순히 발전 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산된 전력이 필요한 곳으로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전력의 길’을 먼저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송배전망 확충을 더 이상 공기업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시급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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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9 (수) 18: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