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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광열 전남도 총무과장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시 ‘나 하나 꽃피어’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일깨운다. 변화는 언제나 거대한 구호보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작지만 진실한 변화가 이어질 때, 공동체는 결국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간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직무만족 기준으로 ‘성과’보다 ‘삶의 균형과 심리적 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3년 인사혁신처 조사에서는 신체적·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많은 공무원이 여전히 ‘참고 견딘다’거나‘동료와 비공식적으로 해결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제도적 지원보다 개인의 인내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화는 문제를 드리내기보다 감추게 만들고, 결국 더 큰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이제는 버티는 능력보다 회복하는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그동안 우리는 ‘건강’을 이야기할 때 신체적 상태를 먼저 떠올려왔다.아프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겼고 마음의 고단함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남겨두곤 했다. 이제는 시선을 몸에서 마음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과 조화롭게 관계 맺으며, 삶의 균형을 지켜내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개인에게 맡겨둘 수 없다. 이제는 공동체의 책임으로 바라봐야 한다.
공무원의 일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사람을 마주하고, 다양한 감정을 받아내며, 갈등을 조절하고, 때로는 정답 없는 선택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민원인의 절박함과 분노,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마주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감정노동을 수반한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심리적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아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무원은 오랫동안 ‘공복(公僕)이니 참고 버텨야 한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인내를 미덕으로 여겨온 문화는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공직사회에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남도는 그 첫걸음으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올해 2월 ‘공무원 정신건강 증진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6년 전남도 공무원 정신건강 증진 계획’을 수립했다.‘전 직원 마음 건강, 활력 있는 직장생활’을 목표로 예방-조기 발견-치료-회복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했다. 심리검사와 상담을 상시 운영체제로 전환하고,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전문 의료기관과 연계해 실질적인 회복을 돕는다. 나아가 관리자와 동료를 대상으로 한 인식 교육을 확대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조직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자 행정의 질을 높이는 투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관점’에 있다. 아픈 사람을 돕는데 머무르지 않고, 아프지 않도록 함께 살피는 조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공직사회가 더 이상 개인의 희생 위에 서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공동체로서의 책임을 다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행정은 제도로 움직이지만, 그 제도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지치면 행정은 경직되고, 사람이 웃으면 행정은 따뜻해진다.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앞두고 많은 공직자들이 보이지 않는 불안과 부담을 안고 있다. 변화의 방향과 역할이 아직 선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끼는 혼란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익숙한 것을 내려 놓고 새로운 질서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일수록 서로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제도의 변화보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작은 연대가 쌓일 때, 우리는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닌 성장의 계기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나부터’라는 작은 마음이면 충분하다. 곁에 있는 동료의 안부를 묻는 일, 잠시 멈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일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용기 내어 손을 내미는 일, 그 소소한 실천이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한 사람의 회복은 조직의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는 결국 도민의 일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꽃은 혼자 피지 않는다. 서로를 비추고 응원하며 함께 피어날 때 비로소 꽃밭이 된다. ‘전남도 공무원 정신건강 증진계획’ 또한 그러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예방과 조기 발견, 치료와 회복으로 이어지는 이 한 걸음이, 서로를 돌보는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조용하지만 깊은 물결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물결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마음이 건강한 공직사회 조성을 통해 도민의 행복을 지탱하는 든든한 토대가 마련 되기를 기대한다.
장광열 gn@gwangnam.co.kr
장광열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5.06 (수) 1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