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중소기업경영인대상 기업탐방] <7> 지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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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중소기업경영인대상 기업탐방] <7> 지오씨㈜

독보적 광기술 기반 의료·車시장 진출 ‘탄력’
‘기가인터넷’ 필수 FTTH광케이블 선두주자
수출이 전체 매출 70%… 유럽 진출도 성공
무채혈 혈당센서·무인차 겨냥 광센서 개발
협동조합 결성 등 선순환 생태계 구축 앞장

지오씨㈜ 박인철 대표
지오씨㈜의 생산현장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는 무너진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간한 ‘2016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은 99.9%,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전체 87.9%를 차지했다.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의 23만여개 중소기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내수·수출 부진, 주요 대기업의 생산라인 이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들에 드리운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광남일보는 중소기업계를 독려하기 위해 이 가운데에서도 든든한 우수 기업을 꼽아 지난 2012년부터 ‘중소기업경영인대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15곳의 든든한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경영 노하우로 다른 중기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기를 기대한다.



지난 2012년 정부의 광케이블망 보급 사업이 끝난 후 국내 광산업은 침체기를 걸었다. ‘광산업’을 육성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광주 업체들은 매출이 급감했고, 위기를 견디다 못해 폐업한 업체들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최근 광주 광산업계에 다시 활기가 찾아왔다. 인도네시아, 동남아, 남미 등이 광케이블 보급 사업을 시작, 세계에서 가장 빨리 광케이블 망을 구축한 한국을 벤치마킹하면서 당시 이를 주도했던 광주 광산업체들의 기술력과 제품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를 선도한 업체가 지난 2001년 첫발을 디딘 ‘지오씨㈜(전 글로벌광통신㈜·대표 박인철·51)’이다. 글로벌광통신㈜은 각 가정에 쓰이는 FTTH(Fiber to the home) 광케이블이 주력이다. 이 외 원전, 옥내외용, 특수 광케이블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각 가정은 케이블TV 전송망과 일반 랜선, 구리선 등으로 인터넷을 연결하지만 회선 간 간섭 현상이 발생해 속도가 떨어진다. 데이터 양이 폭증하는 기가(Giga) 인터넷 시대에는 초고속 전송은 물론 데이터 손실률이 거의 없는 광케이블이 필수다.

이 업체는 특히 시작부터 끝까지 광케이블을 쓰는 FTTH를 공략, 광코드케이블과 가정 내 인입용 광케이블 등 이 분야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췄다.

타 업체와 달리 지오씨㈜는 고객사 한 곳의 비중이 30%를 넘어가지 않도록 다각화했고 주문생산(OEM)은 전체 매출의 10% 안짝에 불과하다. 이에 2012년 이후 업계 부진에도 해마다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330억원 규모에 달한다.

내수보다 수출이 많은 ‘수출 공신’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강점이다. 해외시장 공략으로 자체 제품의 매출을 세분화했다.

지난 2012년 나선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국내 광 케이블망 사업 보급이 끝날 무렵 발 빠르게 현지 시장에 진출, 자카르타에 현지법인 GOC- I를 설립한 데 이어 2013년 반둥에 두번째 현지법인 ‘INTI-GOC’를 세우고 생산공장도 구축했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땅덩어리가 넓은 섬 형태인데다 주택이 많아 가정용 케이블 수요가 국내보다 서너배 많다”며 “지난해 기준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70% 내외”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옛 LG전선의 기술 영업 출신인 박 대표가 직접 나섰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년 5회 이상 해외 전시회에 나서 세계에 자사를 알렸다.

대면 마케팅에도 주력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여건상 대표가 매달 현지에 방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 고객사와 신뢰를 쌓기 위해 진출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달 일주일 정도 현지를 방문해 고객사와 만난다. 고객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우리 쪽에서 이사급이 가면 가서 만나는 사람도 비슷한 직급일 수밖에 없어 거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다”며 “당시 이 시장을 점령하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시장에서 발을 넓힐 수 있었던 근간이 마케팅으로 쌓은 고객과의 ‘신뢰’”라고 덧붙였다.

이 덕에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국영 통신기업인 PT.INTI와 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협약을, 멘티 기업 고려오트론, 선일텔레콤 등 6개사와 공동으로 현지 최대 통신협회 APNATEL과 기업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통신사 ‘텔콤’과도 협력 중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시장도 진출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20% 가량을 보유한 오렌지텔레콤(전 프랑스텔레콤)과 현지에 FTTH 광케이블 생산 합작 공장도 건립했다. 프랑스에 보급되는 가정용 인입 케이블은 물론, 이를 기반 삼아 전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박 대표는 “프랑스 진출을 위해 3년여간 꾸준히 공을 들였다”며 “고객사가 광주 공장에 방문했을 때 라인 가동을 멈추고 3일간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 20여개를 만들어줬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타 산업과 광산업을 접목하는 노력도 꾸준하다.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광 기술을 응용한 센서에 도전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기는 센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사명도 ‘글로벌광통신’에서 ‘지오씨’로 바꿨다.

박 대표는 “글로벌광통신이라는 사명이 회사를 ‘광통신만 하는 업체’로 생각하기 쉽고 고객들도 ‘글로벌광통신’이라는 이름보다는 ‘지오씨’라는 이름이 익숙해 사명을 ‘글로벌광통신㈜’에서 ‘지오씨㈜’로 공식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대표 제품은 수질 용존산소 및 온도 실시간 측정 시스템이었다. 광센서로 물의 온도와 용존산소량을 분석, 5분 단위로 알려줘 산소 공급, 조기 출하, 치어 방류 등의 대응책을 적·녹조가 발생하기 전 실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이다. 타사 제품을 썼을 때보다 유지비 포함 전체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6개월 이상 유지관리보수가 필요 없다는 점도 업계에서 호평이다.

여수가 고향인 박 대표는 “고향 어민들이 녹조 탓에 양식장의 물고기를 죄다 버리는 게 안타까웠다”며 “문득 광센서로 물의 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을 만들어야겠다 싶어 연구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지난해 개발을 끝마친 ‘무채혈 혈당센서’에 주력할 계획이다. 광기술을 활용해 손가락을 기기에 올려두기만 하면 저절로 혈당이 계산된다. 별도 단말기 형태로 제작해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블루투스로 연동, 혈당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도록 해 식약처 인증 중에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원천기술을 구매하겠다는 제안까지 한 이 제품은 현재 중국 대기업 두 곳과 납품 타진 중이다.

박 대표는 “모 화장품 대기업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피부 상태를 파악, 그때그때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라며 “광기술 응용 분야는 이처럼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무인자동차 시대를 겨냥한 차량용 근접 광센서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무인자동차는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해 광부품이 필수다. 광주시의 자동차 100만대 생산 기지 조성과 발을 같이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박인철 대표는 업계의 든든한 ‘선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업계 후배들을 ‘경쟁자’, 혹은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항상 고민한다. 이 같은 상생 정신으로 광산업대표자협의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최근 설립된 광기반산업체협동조합 구성에 발 벗고 나섰다. 광주 광통신 업체들은 부품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 완성품 업체들은 부품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상황. 완성품 업체들의 경우 수출에 성공하더라도 관련 부품을 현지에서 수급할 수 없어 지속적인 대응이 힘들었다.

이에 광주의 광통신 업체들을 모아보자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엔 장벽이 높았다. 협동조합을 세우면 이익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몇몇 업체의 경우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 이를 현실화한 것은 박 대표의 설득이 한몫했다.

박 대표는 “완성품과 부품, 더 나아가 다른 제품까지 한데 모아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구매 고객 입장에서도 한꺼번에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며 “이익을 나눠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재 공동구매, 공동 수출 등의 이점이 더 크고 업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후배들에게 못 해준 게 너무 많다”며 “참여 업체는 아직 적지만,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가면 업계 전반으로 상부상조의 분위기가 퍼져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연 기자 sense@gwangnam.co.kr         김주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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