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에 자리하지만 편안한 전시 관람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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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오지에 자리하지만 편안한 전시 관람에 초점"

개관 20주년 초대전 여는 도화헌미술관 박성환 관장
"매달 전시기획·작가 섭외 행복" 내년 전시 모두 잡혀
기념초대전 10월30일까지 진행…평면 등 51점 선보여

개관 20주년 기획초대전에 출품한 이권호 作 ‘미황사’
“값비싼 그림들을 매달 전시해 소개할 수 있어 감사하고, 이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행복합니다. 다만 여건이 좋지 않아 전시를 여는 화가들에게 엽서나 접이식 도록 밖에 제공하지 못해 늘 아쉽죠.”

1995년 폐교한 도화초등학교 단장분교를 개조해 2000년에 미술관으로 새롭게 개관, 현재에 이르고 있는 고흥 도화헌미술관의 박성환 관장(60·서양화가)이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8일 전화로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개관 20주년 기획초대전에 출품한 장용림 作 ‘매화-숨을 쉬다’
박 관장은 지금은 남포미술관과 연홍도미술관까지 고흥지역에 3곳의 미술관이 들어서 있지만 처음에는 도화헌미술관이 유일하게 고흥지역 미술관이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시기획의 소중함을 언급했다.

“20주년의 가치나 의미를 굳이 찾자면 아마 매달 전시기획을 해왔다는 점일 겁니다. 주로 개인전 작가들을 섭외할 때가 많죠. 이곳이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전시 일정이 모두 잡혀져 있어요. 고흥에 와서 힐링도 하고, 전시도 보고 하는 사람들은 도화헌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둘러보곤 하는 것 같아요. 편안하게 전시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왔죠.”

개관 20주년 기획초대전에 출품한 정규설 作 ‘들꽃과 독도이야기’
도화헌미술관 역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도심지 미술관이 아니다보니 고흥 지역으로 여행을 왔거나 미술에 관심이 높으신 분들이 작품을 둘러보기 위해 들르는데 코로나19 이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관람객 숫자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미술관이 위치한 환경이나 전시에 관한 내외부적 조건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도화헌 미술관에는 그림을 그리고, 도예 체험 및 천연염색을 하는 등 미술체험을 위해 찾은 학생들까지 포함해 대략 20여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개관 20주년 기획초대전에 출품한 최근일 作 ‘이화의 야상곡’
천연염색 프로그램은 아내인 천연염색전문가 김혜경씨가 도맡아 진행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도화헌 미술관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10여년 동안 운영했다. 박 관장은 지난 20년의 역사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로 꼽았다.

“외국 작가 2명과 국내 작가 30명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쳐갔습니다. 저희 미술관에는 전시공간 3곳과 작업실 3개룸이 있어 레시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가 있어요. 입주작가가 전시가 끝난 뒤 나가면 다시 작가 3명을 입주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죠. 코로나19 등 여건 악화로 멈춰 섰지만 이후 다시 여건이 허용되면 운영할 겁니다.”

레지던시 작가의 강의 모습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초대전은 ‘도화헌 20주년-20이산(移山)’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1일 개막, 오는 10월30일까지 평면과 입체 등 51점이 출품된 가운데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전시 타이틀은 ‘우공이산’(愚公移山)에서 차용했다. ‘우공이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20이산(移山)’展은 그동안 도화헌미술관이 20년 동안 한줌, 한줌 예술의 산을 쌓아 올려온 시간들을 반추해 본다는 취지다.

도화헌미술관에서 진행된 염색 체험에 참여한 참가자들.
박 관장은 작가들이 깊고 얕은 짠내의 온도를 비롯해 지적이는 새소리 합창, 고독과 쓸쓸함, 잔잔한 바람, 빗소리의 아우성, 공기의 울림과 떨림, 거센 비바람과 파도, 느림의 전율, 총총한 성좌 등 깊은 내면의 울림을 고스란히 투영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도화헌미술관 전경
이번 초대전에는 곽금원 구정회 김갑진 김광례 김광옥 김금남 김남술 김대진 김두석 김선영 김영양 김윤자 김정연 김정임 김호원 류재일 류헌걸 박동근 박선제 박성환 박수경 박영도 박일정 서영실 손준호 손희숙 신선윤 양해웅 오견규 오광희 오팔수 위수환 윤윤덕 이권호 이성재 이승우 이영희 이호국 장용림 장창익 전성규 정경화 정규설 정나영 정연주 정정임 조용규 차윤호 최근일 최성환 추경씨 등 51명이 개관 20주년의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박 관장은 마지막으로 20주년 포부치고는 다소 소박한 계획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전시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지역민과 관람객들에게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각각 자리매김해 온 만큼 앞으로도 이를 실현하는 데 주력할까 합니다. 다른 거창한 큰 꿈이 있다기보다는 전시회를 꾸준히 열면서 좋은 작가들을 많이 섭외해 소개하는 데 당분간 주력해나갈 생각입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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