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회화 작품으로 만난다 - 광남일보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회화 작품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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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회화 작품으로 만난다

광주신세계미술제 제21회 신진작가상 수상자 이다희展
클래식 음악 데이터 등 분석한 드로잉·수채화 등 40점

전시 전경
광주신세계미술제의 제21회 신진작가상 수상자인 광주 출생 이다희씨의 초대 전시가 2022년 1월4일까지 신세계갤러리에서 ‘푸른 전주곡 WTC BWV853’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지난 18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사운드 아티스트와 협업을 벌인 만큼 클래식 음악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회화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긴 시간 꾸준히 열과 성의를 다한 작업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번안시스템’으로 클래식 음악을 시각화한 작가는 이번 ‘푸른 전주곡 WTC BWV853’전에서 바흐(J.S. Bach)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 Tempered Clavier Book)을 회화로 표현했다. 클래식 음악의 수집된 데이터와 화음을 분석한 드로잉과 수채화, 그리고 곡을 구성한 마디, 마디를 40점의 회화로 표현한 ‘푸른 전주곡’의 다양한 연작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 전경
평생을 건반음악의 작곡에 몰입했던 바흐의 대표 작품인 WTC의 제1권은 1722년 독일 쾨텐에서 완성됐고, 제2권은 1738년에서 1742년 사이에 라이프치히에서 편집됐다.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대의 가장 뛰어난 지휘자 한스 폰 뷜로(Hans von Bulow)는 바흐의 ‘평균율’을 음악의 구약성서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신약성서로 비유할 정도로 음악적 가치가 큰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WTC 1권의 1∼12번 중에서 푸른빛 감성을 가득 담고 있는 8번 'Prelude in e♭ minor BWV853'을 시각화했는데, 이것은 3박자의 느린 무곡(舞曲)인 사라방드(Sarabande)를 연상시킨다. 가로 형식의 캔버스 한 점이 곧 곡의 한 마디를 나타내고, 3박자의 화음을 표현하기 위해 각 캔버스 안에는 작가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표현된 3개의 색면이 각 마디의 음색과 음형을 담고 있다.

바흐 ‘Prelude in eb minor BWV853 played by Rosalyn Tureck’.
색과 형이 규칙적으로 반복을 이루며 추상화와 같은 화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여러 개의 소리가 섞여 각기 다른 화음을 만들 듯이 그 색면의 경계가 때로는 뚜렷하게, 때로는 서로 뒤섞여 각 화음의 울림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감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준다.

작가는 이처럼 조율된 소리의 집합이 하나의 화음을 만드는 체계에 매료, 그 체계를 스스로 분석해 음악이 연주되는 순간을 회화로 기록하기 위해 WTC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또 이번 전시를 위해 사운드 아티스트 Daniel Morrison Neil과 협업, 재편곡된 WTC를 갤러리 현장에서 듣고, 보면서 곡의 전반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제시된 주제와 변형 패턴을 눈과 귀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바흐가 WTC를 창작하면서 가졌던 교육적 의도는 음악의 근본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음악을 예술적으로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흐 ‘Prelude in eb minor BWV853 played by Rosalyn Tureck’.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음악 전문가에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기도 하며, WTC를 작가가 자신만의 ‘음악번안시스템’을 기반으로 그리는 첫 회화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2011년부터 꾸준히 클래식 음악에 집중해 형식에 따른 번안 시스템 정리와 연주된 소리를 기록해 국내와 영국을 무대로 다양한 맥락에서 ‘음악번안시스템’을 소개해왔다. 이화여대에서 서양화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수와 문법으로 이뤄진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음악번안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하기 위해 영국의 글래스고 예술대학에 입학, 회화 석사를 취득 후, 계속해 국내외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WTC 프로젝트를 발전시켜왔다.

작가는 지난해 광주신세계미술제 1차 선정작가전에서 ‘음악번안시스템’의 연구과정을 전시하며, 작품에 대한 높은 몰입도로 충분한 설득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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