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농업의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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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 농업의 R&D

윤석구 광주과학기술진흥원장

[기고] BC 5천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 우르에 사는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으로 이주해서 세운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기근을 피해 이집트에서 400년간 살다가 모세가 출애굽을 지휘하여 다시 가나안땅으로 돌아온 후 다윗과 솔로몬이 통치했던 왕정 시대에 이스라엘은 최고 절정기였다.

그 후 나라가 둘로 쪼개진 후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 로마의 식민지로 수백 년을 지내다가 AD73년 로마에 의해 이스라엘은 멸망 당하고 전 세계에 흩어짐을 당했다. 그래서 1948년 5월 14일 독립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세계 지도에 없는 국가였다. 가나안 땅에서 쫓겨나서 1900년 만에 독립한 나라 이스라엘은 매우 특이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기적의 역사인 것이다.

884년에 멸망한 발해가 오늘날 독립하는 기적이 가능할까? 이스라엘은 기적을 만들어낸 민족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00개가 넘는 독립 국가 중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한국뿐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독립 후에 엄청난 전쟁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한 후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두 나라가 똑같이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교육에 투자를 해왔고, 아울러 과감한 R&D에 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도 필자는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이스라엘 국경에 들어서는 순간 녹색의 화단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국토의 약 65%가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막에서 세계적인 농업 국가로 탈바꿈한 기적의 나라이다. 연 강수량이 200㎜ 이하의 반건조 기후 지역이지만 관개 기술과 온실 재배 기술을 활용하여 농업 수출 국가로 전환했으며, 농업 관련 기술과 장비를 전 세계에 수출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농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R&D가 뒷받침된 선진기술과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제한된 면적에서 매우 빈약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농업의 혁신, 관개, 물관리 시스템 구축 기술 등을 개발해 왔다. 사막의 나라 이스라엘이 선진농업국가가 되기까지 농업은 95%의 기술과 5%의 노동에서 나온다는 창의 농업에 중점을 둔 결과이다. 지난 25년간 농업 생산성이 16배 증가한 것은 혁신적인 마인드와 부족한 물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원동력이었다.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로 시도한 정책이 생활 하수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땅속에 호수를 묻어 식물 뿌리에 필요한 만큼의 물만 공급하는 점적관수(Drip Irrigation:방울 물주기)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지름이 5~20mm 되는 호스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작물에만 물이 스며들게 하는 방법을 통해 물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여 물을 적에 쓰면서도 효율적으로 작물을 키우고 있다. 호스 길이가 500m에서 6천m에 이르는 것도 있는데 이 점적 관개는 효율성이 90~95%로 이스라엘의 그린 혁명을 주도한 기술임에 틀림이 없다. 물 부족이 예상되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 농업의 또 하나의 강점은 농업에 대한 지속적인 R&D 투자에 있다. 이스라엘은 좁은 농지, 부족한 천연자원, 건조한 날씨와 부족한 수자원, 주변국과의 전쟁 등등 엄청나게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농업 부문을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육성했는데 여기에는 과감한 R&D 투자가 있었다.

그 결과 종자 개량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기후 조건에 맞게 변형이 가능하고, 병충해 등 각종 유해인자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가진 종자 개발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유럽 토마토 재배의 40%가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종(種)일만큼 그 실적이 대단하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농업벤처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꿀벌 대신 호박벌을 이용한 독특한 작물 수정 시스템을 개발하여 수출하는 등 땀을 흘리는 농업에서 IT 기술을 접목시킨 농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R&D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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