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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행복전원주간보호센터장 |
부모님 또한 그 시기에 도시의 건축 현장에서의 새로운 시작과 자녀의 교육을 위해 시골 면사무소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광주로 상경했다.
그 여정의 끝엔 ‘언젠가 행복한 노년을 위한 요양원을 세우고 싶다’는 꿈도 있으셨는데 실제로 도시 한 켠 예쁜 마을에 요양원을 세우셨다.
처음에는 “어르신들만 행복하게 지내시도록 돌보면 되겠지”라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곧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직원 관리, 보호자 상담, 끝없이 쏟아지는 행정 처리와 서류 업무 등 현실의 무게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돌봄 가족이 없어 요양원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도심 내 넓은 마당’을 활용해 요양원과 주간보호를 함께 운영하면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시설로 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실제로 같이 운영했을 때 시너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았다.
자녀들의 형편상 부양이 어려워 아직 주간보호 급여로 재가에서 생활이 가능한 어르신이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르신에게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족에게는 잠시라도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장기요양 가족휴가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생소한 제도이지만 이 제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주간보호 내에서 24시간 보호가 가능한 ‘주간보호 내 단기보호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그 결과 우리 기관은 5년 전부터 가족휴가제도를 선도적으로 시행한 기관으로 알려지게 됐다.
정기적으로 이 제도를 이용하는 보호자들도 많고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 이용률 향상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전라제주지역본부에서 추진한 간담회를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때 생각보다 많은 기관 대표들이 이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활용하는 데에도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담회 자리를 통해 이 제도가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오아시스 같고 요양원 입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열심히 공유했다.
다만,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간 이용 일수가 11일이라 주말에 쉬고 싶은 가족들에게는 부족하다.
그리고 야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점도 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도를 통해 보호자들은 부모를 요양원에 모셨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조금 더 헌신할 기회를 갖게 되고,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노인 돌봄을 함께 책임지는 공감과 연대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필연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조금이라도 가족휴가제 이용률 향상에 도움이 되고자 서비스 제공을 주저하는 기관을 돕기 위해 멘토 기관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부양의 시대다.
노인이 돼도 부양만 받는 존재가 아닌,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가는 그런 세상의 작은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아울러 제도 활성화를 위해 현장의 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전라제주지역본부 담당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