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지킨 100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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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지킨 100년의 시간

정채경 문화부 기자

정채경 문화부 기자
[취재수첩] 100년 전 1923년 3월1일. 블라디보스크에서 ‘삼월일일’이라는 우리말 신문이 세상에 나왔다.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난지 4년이 되는 해,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에 조국을 떠나 연해주로 이주한 민족 지도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이 신문은 먼 타국에서 조국의 소식에 목마른 이들의 손에 들리게 됐다. 이는 현재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매주 한글·러시아어로 발간되고 있는 ‘고려일보’의 전신이다.

이같은 고려일보의 100년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광산구 월곡 고려인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일보 창간 100주년 기획전에서다. 전시에서는 당시 신문은 물론이고 사진 등을 통해 그간의 시간을 돌이켜본다. ‘삼월일일’이 이후 4호부터 ‘선봉’으로 바뀌어 국외에서 발행한 최초의 한글 가로쓰기 신문이 돼 동포 문인들의 작품을 신문에 게재하고 우리말 표기법의 확립에 발판을 마련한 점 등을 조명한다. 그러다 1937년 1644호를 마지막으로 폐간, 이후 카자흐스탄에서 1938년 ‘레닌기치’라는 이름으로, 1991년 ‘고려일보’로 변경하기까지 과정도 다룬다. 고려일보가 소련의 붕괴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간 위기를 맞지만 현재까지 꾸준히 발간되고 있음을 알린다.

한 세기 동안 모국어인 우리말을 어떻게 지켜왔는지, 그것을 지키고 사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시키는 전시로 손색이 없다. 젊은 세대, 혹은 앞으로 태어날 고려인과 모국과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게 연결해주는 매개가 돼줄 고려일보. 매일 기사를 쓰는 게 일상이 된 가운데 모국어의 중함을 잊지 않아야 겠다. ‘우리는 한 줄의 진실을 찾아 사흘을 걷고 사흘 밤을 세웠다’는 문구를 가슴 깊이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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