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탈 아닌 전남도 전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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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개인일탈 아닌 전남도 전체의 문제

박정렬 정치부 부장

[취재수첩] 최근 전남도청 소속 공무원의 사무관리비 사적 사용 문제가 제기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200만 전남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광역자치단체인 전남도에서 벌어졌다기에는 믿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여타 지자체에 비해 자긍심이 대단했던 전남도청 공직자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됐을 뿐 아니라 공복의 자세로 일해온 많은 공무원들이 도매급으로 매도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 보자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 같은 사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조직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과도 같았고, 누구하나 공개적으로 문제삼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단순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드러난 결과에 따른 징계, 향후 제도 개선 추진 등 전남도가 내놓은 대책이 최선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작은 기업에서도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지휘 체계에 따라 책임자들의 문책이 이뤄진다.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도에서 이 같은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한 지 10일 넘게 지났지만 공식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는 성명 한 줄 발표되지 않았다.

단지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관실 조사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반면교사로 삼고, 회계질서 확립을 위해 전 직원 반부패·청렴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등 사태의 본질을 하위직 공직자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려는 움직임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대처가 너무 안일해 보인다.

사실관계 확인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책임있는 위치의 고위공직자가 나서 공식적으로 도민들에게 사과성명 정도는 발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이는 없고 일단 소나기만 피하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감사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도 비슷한 비위가 또 드러날 경우, 그때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늘공’이라는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전남도청에 대한 애정을 책임감 있게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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