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씨 사죄, 진실·화해의 길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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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사죄, 진실·화해의 길 되길

[취재수첩]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 광주를 찾아 공식 사죄했다.

전씨는 지난달 31일 5·18기념재단, 5월 단체 등을 만나 5·18피해자와 유족 등에게 사죄했다.

특히, 이날 진행된 ‘5·18유족, 피해자와의 만남’의 자리에서는 전씨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전두환씨를 5·18민주화운동의 학살자라고 밝혔다.

또,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80년 5월에 사죄의 고개를 숙였다.

전씨는 참배하고 헌화한 데 이어, 입고 온 코트를 벗어 희생자의 묘비를 닦기도 했다.

이는 전씨 일가 가운데 처음으로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은 것이라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날 전씨의 사죄행보는 80년 5월 광주에 사죄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난 주범인 할아버지를 대신해 43년 만에 스스로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큰 용기라고 볼 수 있다.

광주 시민들은 그의 진심 어린 사죄와 용기에 화답하듯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했고,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이날의 고백과 사죄가 5·18 피해자와 유가족을 비롯한 광주 시민들에게는 또다른 괴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전씨가 지금까지 전두환의 손자로 고통스럽게 살아온 삶을 위로하며 보듬어준 것이다.

광주 시민들은 전씨의 사죄 행보를 계기로 당시 또 다른 가해 당사자들의 고백과 사죄로 이어져 진실과 화해의 길을 좀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번 전씨의 사죄 행보가 단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못한 5·18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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