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언어 전달·사회적 힘든 부분이 있는지 같이 살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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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언어 전달·사회적 힘든 부분이 있는지 같이 살펴요"

이은일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 수어2팀장
2008년 수어통역 첫발…맞춤 정보제공 사람 이어주는 ‘해결사’

광주소방안전본부 영상 촬영하고 있는 이은일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 수어2팀장(왼쪽)
“수어는 사람을 이어주는 든든한 파트너이자 우리 이웃의 활기찬 삶, 건강한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언어입니다.”

이은일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 수어2팀장(40·여)의 첫 마디이다. 이은일 팀장은 손과 손가락의 모양(수형), 손바닥의 방향(수향), 손의 위치(수위), 손의 움직임(수동), 사람의 표정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보이는 언어’ 수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통역 경력 17년 차인 그는 수어통역사의 가장 큰 매력은 농아인과 청각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이 돼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이 수어통역에 발을 들이게 된 때는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다니던 교회에서 한 지인이 수어를 가르치면서 수어를 처음으로 접했다.

이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한 그는 지인의 소개로 수어동아리 ‘하늘그림’에 가입한 뒤 매주 1회 이상 수어 수업을 들으며 수어를 배웠다. 뿐만 아니라 홈커밍데이와 수어캠프, 농아인 체험 등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농아인, 청각장애인에 대한 어려움을 알게 됐다.

그는 “한국수어는 한국어와는 문법 체계가 다른, 대한민국 농아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알았다”며 “의미가 통하는 인습기호·몸짓·표지·수화를 사용해 생각과 감정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이 팀장이 본격적으로 수어통역에 발을 들이게 된 때는 광주시농아인협회에서 2006년 겨울 사회복지실습을 하면서 부터다.

이후 2007년 봄 광주시농아인협회에서 출산휴가를 간 수어통역사의 대체자로 인턴 근무를 했던 그는 2008년 대학 졸업 후 일반판매직에 종사하다 2008년 8월 북광주 수화통역센터에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수어통역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수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자 이듬해인 2009년 ‘국가 공인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수어 직원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2009년 정규직으로 전환된 그는 청각장애인의 원활한 사회참여 촉진과 의료, 복지, 법률, 교육, 사회 등에서 균등한 기회 제공을 위해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이 팀장은 다양한 경험, 상황을 처리할 수 있는 ‘만능 해결사’로 통한다.

그는 청각장애인의 부름이 있으면 경찰서, 법원 등에 동행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으며 출산을 앞둔 임산부 농아인 옆에서 임신 초기부터 분만의 순간까지 과정을 함께 했다.

이 팀장은 “2023년 12월 몽골인 임신부 농아인 통역을 하게 됐다. 한국 수어와 몽골 수어가 달라 3명이 함께 3~4개월 동안 통역한 기억이 남는다”며 “몽골인 임산부 농아인이 한국 수어를 알게 돼 병원 분만실까지 동행해 의사·간호사가 지시한 말을 수어로 신속·정확하게 통역해 무사히 출산을 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어렵거나 난처한 경험도 있었지만 청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특히 수어공부를 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과 수어 관련 기관·협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꿈도 전했다.

이은일 팀장은 “청각장애인으로부터 ‘답답하고 억울했는데 통역으로 해소되니 고맙다’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수어통역사는 뿌뜻함과 보람을 느낀다”며 “사람을 이어주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사진=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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