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역농산물브랜드]‘오매향’·‘상큼애’ 옷 입고 전남 농산물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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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전남 광역농산물브랜드]‘오매향’·‘상큼애’ 옷 입고 전남 농산물 날개

51개 농협·22개 품목 참여…정가·수요 맞춤 유통망 확대
프리미엄·실속형 등 구성…농가 소득·소비자 만족도 ‘쑥’
지난해 전체 출하량 8만t·매출 800억…2년 새 4배 성장

전남농협이 설맞이 행복장터에서 오매향과 상큼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도 이름 없는 상품은 시장에서 주목받기 어렵다. 전남 농산물이 오랜 시간 겪어온 현실이다. 정성과 손맛으로 가꾼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했고,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브랜드가 산재하고 유통 구조도 비효율적이어서, 뛰어난 농산물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도와 농협 전남본부가 내놓은 해법이 ‘광역 농산물 브랜드’ 전략이다. 전남 농산물에 통일된 이름과 기준을 부여하고, 품질과 신뢰를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했다. 그 결과 탄생한 브랜드가 ‘오매향’과 ‘상큼애’다. 두 브랜드는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가격을,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 시장 반응도 빠르다. 고소득 소비층을 겨냥한 유기농 바나나부터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미니파프리카까지, 브랜드를 단 전남 농산물은 시장에서 확실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교급식과 친환경 유통망 등 유통 채널도 확대됐다. 전남 농산물이 ‘브랜드’를 입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전남은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깨끗한 수자원 덕분에 사계절 내내 다양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농산물 생산 환경을 갖추고 있다. 벼, 채소, 과일 등 다채로운 작물이 전국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생산액 역시 전국 상위권에 속한다. 이러한 풍부한 자연환경과 생산 역량 덕분에 전남은 오랜 세월 ‘농도의 뿌리’로 불리며 대한민국 농업을 이끌어온 핵심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풍부한 생산력에도 불구하고, 전남 농산물 유통은 개별 농가 중심의 분산된 구조와 마케팅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산지별로 흩어진 브랜드와 제한된 유통망은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품질과 신뢰를 제공하지 못했고, 생산자들은 가격 협상력 부족과 중간 유통단계의 과도한 마진 부담으로 인해 정당한 소득을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로 인해 뛰어난 품질의 농산물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가 오랫동안 고착돼 왔다.

전남도와 농협 전남본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역 농산물 브랜드’ 전략을 추진했다. ‘오매향’과 ‘상큼애’는 서로 다른 소비층을 겨냥하면서도 ‘전남 농산물’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오매향’은 전라도 사투리 감탄사 ‘오매, 향이 좋다’에서 따온 이름으로, 아열대 과일에 특화된 브랜드다. GAP(우수농산물관리인증), 유기농, 저탄소 인증 등을 받은 농산물만 사용할 수 있고, 정밀한 품질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대표 품목으로는 완도의 유기농 바나나, 고흥 감귤, 담양 블루베리, 보성 유자, 해남 생강 등이 있다. 특히 완도산 유기농 바나나는 수입산 일색이던 시장에서 ‘국산 유기농 바나나’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수도권 고소득 소비층의 호응을 얻었다.

반면 ‘상큼애’는 원예농산물의 일상 소비 브랜드다. 이름에는 ‘상큼한 애(愛)’라는 의미와 함께 전남 농산물에 대한 애정, 소비자와의 친밀감을 담았다. 곡성 멜론, 담양 방울토마토(루비벨), 화순 미니파프리카, 영암 고구마 등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접근성 높은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에는 건고추, 사과 등 실속형 품목도 추가되며 브랜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두 브랜드의 시장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화성 태안농협 하나로마트 능동점에서 열린 ‘전남 광역농산물브랜드 소비촉진 특판전’은 브랜드 효과를 입증했다. 전남산 멜론, 블루베리, 미니파프리카, 유기농 바나나 등이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고, 이틀 만에 준비 물량이 완판됐다.

앞서 광주와 서울에서 진행된 시범 판촉 행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 지난 5월 광주 수완농협에서는 ‘상큼애’ 브랜드의 방울토마토와 미니파프리카가 행사 첫날 대부분 판매됐고, 이후 고객 문의가 이어져 주간 단위 입점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초 열린 서울 강서농협 행사에서도 ‘오매향’ 바나나와 보성산 유자가 고소득 주부층과 친환경 소비자조합 회원들의 관심을 끌며 행사 종료 이후에도 납품 요청이 계속됐다.

브랜드 효과는 도시 유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등 주요 도시의 학교급식 업체나 소비자생협과의 B2B 연계가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10여 개 유기농 전문 유통업체와 납품 협약이 체결됐다. 이를 통해 완도 바나나, 고흥 감귤, 담양 블루베리 등 대표 품목이 브랜드를 달고 공공급식 시장으로 진입했다. 특히 남도장터 온라인몰과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직거래는 지역과 수도권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중요한 창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전남 광역 브랜드 사업에는 51개 농협이 참여하고 있다. 브랜드 출범 초기 16개였던 취급 품목은 지난해 22개로 확대됐다. 상큼애는 딸기, 방울토마토, 단감, 무화과, 만감류, 배, 멜론, 블루베리, 샤인머스켓 등 원예작물 중심으로 출발했으며, 지난해 사과, 고구마, 파프리카, 건고추 등 실속형 품목이 추가됐다. 오매향은 애플망고, 바나나, 비파, 체리에 이어 레몬이 추가돼 아열대 과일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참여 농협도 품목별로 지역 특성에 맞게 분산돼 있다. 블루베리는 곡성, 담양, 창평 지역의 농협이 주력하며, 무화과는 영암·무안권이, 파프리카는 장흥·도곡·강진 농협이 중심이다. 브랜드의 통일성과 산지 특화성을 함께 살리는 방식이다.

지난해 기준 브랜드 농산물 전체 출하량은 8만t에 달하며, 총 매출은 8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2만t, 200억원)에 비해 2년 만에 4배 가까운 성장이다.

전남본부는 브랜드의 일시적 성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 중장기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브랜드별 품목 확대 △포장재 리뉴얼 및 디자인 개선 △공동마케팅 및 출하협의회 운영 △프로스포츠와 연계한 야구장 외야 펜스 고정광고 추진 △유튜브 숏폼 공모전 개최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선다. 특히 KIA타이거즈 홈경기장 외야 광고는 광주·전남 연고 프로야구단의 대중성을 활용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직거래 장터도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서울 조계사, 서울시청, 봉은사, 고양 킨텍스, 제주 하나로마트, 속초 하나로마트, 광주 롯데아울렛 등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특판전은 소비자와 브랜드의 실질적인 접점을 만들고 있다. ‘전남농산물 득템전’, ‘설맞이 행복장터’, ‘갓 수확! 전남 특판전’ 등 테마형 장터는 계절·명절·지역축제 등과 결합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광일 농협 전남본부장은 “광역 브랜드는 단순한 농산물 이름이 아니라, 지역 농업의 가치를 담은 상징”이라며 “생산자는 재배에 집중하고 농협은 판매를 책임지는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매향과 상큼애는 단지 상품이 아니라 전남 농산물이 소비자와 맺는 신뢰의 약속이자 농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이승홍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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