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전남 농산물의 재도약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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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전남 농산물의 재도약 신호탄

이승홍 지역사회부 부장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도 이름 없는 상품은 시장에서 주목받기 어렵다. 전남 농산물이 오랫동안 겪어온 현실이다. 기후와 토양, 수자원이 빚어낸 천혜의 생산 여건에도 불구하고, 농가는 분산된 브랜드와 취약한 유통 구조 탓에 제값을 받지 못했다. 특히 정성과 손맛으로 가꾼 농산물이 중간 유통에 휘둘리고, 생산자는 안정적인 소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도와 농협 전남본부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 ‘광역 농산물 브랜드’ 전략이다. 산지별로 흩어진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품질과 신뢰를 통일된 이름으로 담아내겠다는 시도다. 그 결과 ‘오매향’과 ‘상큼애’가 탄생했다. 각각 아열대 과일과 원예농산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가격을,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 반응은 고무적이다. 완도의 유기농 바나나는 수입산 일색이던 시장에서 국산 바나나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화순의 미니파프리카는 젊은 세대 소비층을 사로잡았다. 브랜드 특판전에서는 준비 물량이 조기 완판되는 등 효과가 입증됐다.

효과는 판촉 행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급식과 친환경 유통망으로 납품이 확대되고, 수도권 10여개 유기농 전문 유통업체와 협약도 체결됐다. 남도장터 온라인몰과 라이브커머스는 지역과 도시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창구로 자리잡았다.

숫자도 변화의 크기를 보여준다. 광역 브랜드에 참여하는 농협은 51곳으로 늘었고, 취급 품목도 22개에서 30여개로 확대됐다. 전체 출하량은 2년 만에 2만t에서 8만t으로, 매출은 2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4배 성장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 신뢰를 얻으려면 일관된 품질 관리와 지속적인 마케팅 투자가 필수다. 또 단순한 판촉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 급식·공공급식·도시 유통망 등 안정적인 판로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농협이 유통과 판매를 책임지고, 농가는 재배에 전념하는 역할 분담이 정착돼야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다.

전남은 오랜 세월 ‘농도의 뿌리’라 불리며 우리 농업을 이끌어왔다. 이제는 그 풍부한 생산력에 걸맞은 브랜드 경쟁력으로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오매향’과 ‘상큼애’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농산물 시장에서 전남의 이름을 굳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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