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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작 ‘Metamorpho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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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작 ‘주련柱聯’ |
이번 전시는 예고 없이 다가온 재난과 죽음을 마주한 시간, 즉 연속적인 흐름의 삶에 일시적 정지와 단절이 발생한 이후, 삶이 다시 이어지기 위함을 향한 예술, 제의적 예술의 가능성을 화두로 삼았다.
전시는 종교적 의례로서의 제의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세계와 다시 만나는 실천 방식으로 삶과 죽음, 예술과 삶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행위로 제의를 현대미술의 형식으로 소환한다. 재난, 기후위기, 전쟁의 위협 등 자연재해와 인재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제의는 고통과 상처를 해석하고 치유하며, 타자와 교감하려는 예술적 언어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상실을 애도하고 재난의 흔적을 공유하며, 그 너머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동체적 제의의 장을 마련한다.
초대작가는 이수경, 박찬경, 김주연씨 등이다. 작가들의 작품은 감각과 언어, 몸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삶을 구성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 이들 작품과 함께 전시는 현대 예술 작품 속에 나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의 흔적을 따라가며 제의적 예술의 가능성과 의미를 성찰해 보고자 하였다.
이수경 작가는 도자기 파편을 이어붙이거나, 잊혀진 기억을 수집하고 기록하며 감각적으로 복원하는 제의적 실천을 작품화했고, 상실과 상처를 예술적 힘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아, ‘부재의 감각’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다. 박찬경 작가는 한국의 전통 종교나 민간 신앙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이중적인 시선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교 설화와 사찰 벽화를 해석하면서, 각종 위기에 대처하는 제도적, 이념적 대안이 갖는 한계를 넌지시 제시한다. 개인의 상처, 사회적 기억, 죽음과 생명, 소멸과 탄생의 의례적 순환 구조를 시각화한 김주연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순환 원리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 공감하며, 그 형태를 식물을 통해 시각화한다.
전시 제목의 ‘장미’, ‘토끼’, ‘소금’은 각 작가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상징적 언어이다. 이수경의 ‘장미’는 속세의 욕망과 의지의 덧없음에 대한 부재의 감각이며 애도 과정의 촉매제이고, 박찬경의 ‘토끼’는 남겨진 개인이나 집단의 상실감을 드러내며, 관객이 현실의 문제에 공감하도록 이끄는 매개체이다. 김주연의 ‘소금’은 기억과 상처 속에서 정화와 벽사의 의미를 지니며 생명의 회복과 치유의 가능성을 은유한 문화적 경험과 기억 속에 코드화된 상징과 연결된다.
각기 다른 형식에서도 제의적 감각을 담고 있는 세 작가의 작품은 예술이라는 수행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존재와 감각을 공유한다. 이 전시는 뒤늦은 실천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색을 보여주는 방식이며 모든 존재가 안녕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예술이 던지는 질문이다.
윤익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가 3인을 초청하여 각 작가의 개성 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예술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모든 존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성찰 할 수 있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개막식은 9월 9일 오후 7시.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개막식은 9월 9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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