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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품 속 오월항쟁의 공간을 접할 수 있는 ‘소년의 길 인문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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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꾀하기 위해 전일빌딩245에서 진행된 필사전시회 모습. |
··정책과 지원 지속성 필요…‘한강 기념 공간’ 부재 해결을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분명 한국문학의 쾌거였지만 수상 이후 1년 동안 많은 움직임들이 있었음에도 처음 들썩거리던 사회적 분위기는 완전 가라앉은 형국이 됐다, 지난 10월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유통기한이 끝난 듯한 인상이 들 정도로 수상 이후가 수상 이전으로 복귀한 것 같다.
수많은 인문학 강연과 프로그램이 가동되고는 있지만 그것이 순전히 노벨문학상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물론이고 인지도와 경쟁력 확보, 그리고 더 나아가 K-문학으로 정립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에 들떴지만 그것이 불과 1년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가는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한국문학이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지금은 들뜬 분위기가 아예 실종된 상황이다. 이 지역 역시 한강의 고향이 광주여서 대대적으로 시청과 전일빌딩245 등에 대형 현수막을 여러차례 내걸어 시민들과 그 기쁨을 나누고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동안 수상기념행사 ‘광주에서 온 편지’를 비롯해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문학의 밤’ 행사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어졌고, ‘카페, 소년이 온다’가 전일빌딩245 1층에 개설되는가 하면, 노벨문학상 속 ‘소년의 길’(전일빌딩245 시민문화체험 특화프로그램 5∼6월·9∼11월 운영) 역시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 소설 ‘소년이 온다’를 배경으로 한강 작가가 집필 당시 걷던 길을 ‘하나의 관광코스’로 만든 것이었다. 5·18기록관∼옛 적십자병원∼상무관∼효동초를 거치는 코스로 ‘광주방문의 해’를 연계해 12월까지 주말투어로 무료 운영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광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한강의 문학적 출발지로서의 확실한 거점확보를 위해 중흥동 집터 건너에 지상 4층 규모의 북카페 건립을 구상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하고 좌초했다. 현재 북카페 자리는 처음 구상과 달리 주차장 기능으로 전락한 채 거의 방치돼 있는 형국이 빚어지고 있다. 벽면에 새겨진 안내 문구들만 퀭하다. 한강 문학관 건립도 한때 구상됐지만 수상자 쪽의 호응이 뒷받침되지 못해 이 역시 좌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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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흥도서관에서 열린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원화 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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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이 재학했던 효동초등학교에서의 수상 축하와 작품집 등 소개 모습. |
1년 사이 여러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행사들을 수행했던 것은 사실이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행사는 별로 없고, ‘한강 고맙다 기쁘다 5월 이제는 세계정신’ 등을 새긴 대형현수막만 거창하게 기억 속에 일렁일 뿐이다. 이 1년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따른 한국문학의 탄탄한 뿌리를 식재하면서 건강한 문학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는데 근본은 빠진 채 표피적 보여주기식 행사에 치우친 결과, 남는 것 없는 ‘속빈 강정’ 형국이 됐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시리즈를 작성하던 지난 5월만 해도 노벨문학상 여파는 온 사회 신드롬이 됐었다. 서점가는 한강의 초강세로 올킬하고 있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20~30대 독서 인구의 증가나 5·18 주간인 5월 광주시를 찾은 방문객(2024년 5월 569만여명) 2025년 5월 677만여명)이 전월대비 19%(108만명) 정도 증가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치고는 두각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단순한 수치로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굉장히 근시안적 처사로밖에 볼 수 밖에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도 어떠한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 일상이라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들 변화된 것은 생겨날 수 없다고 진단할 수 있다.
그래서 항구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도시 광주의 문화적 맥락을 다지고 후세대들에게 지속적으로 계승해나갈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상 이후 1년 동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정확히 파악해 처방한다면 1년만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항구적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도시의 이미지를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현장성과 기념적 담론을 연계해나갈 것을 권유했다. 후학들에게 물려줄 공간과 외부인들 견학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이 온다’의 주요공간들을 보존하며 잊혀지지 않고 계승할 수 있도독 지자체 등 관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상 직후 달궈지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완전 사그라들었다는 진단이다. 이 전문가는 체코 프라하 하면 카프카 공간이 있듯 광주 하면 한강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덧붙여 막연하게 광주문학관 보다는 오월문학관이나 한강문학관이라고 하는, 선명한 네이밍이 있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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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의 길(전일빌딩245 시민문화체험 특화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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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중항쟁과 인물들을 배경으로 형상화한 ‘소년이 온다’의 광주 출신 한강이 국내 최초로 지난해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기념 공간 구축과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 등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특별전 ‘소년이 온다’ 전시 관람객들.(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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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특별전 ‘소년이 온다’ 전시. |
특히 수상 이후 1년만에 사그러든다는 느낌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어떤 문화의 지층이 쌓여가야 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일반시민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하지 일순간에는 문화가 절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견해 또한 포착됐다.
시민인문학강의를 진행 중인 작가는 “국가 폭력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5·18이 현재형 사건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요즘 사람들에게 6·25 전쟁처럼 멀게 느껴지게 해서는 안된다. 폭력이 정당하게 설득할 수 없을 때 쓰는 것이지, 진실이면 폭력을 쓸 수 없다”면서 “우리는 ‘왜 끊임없이 추모하고 애도해야 하는지’와 ‘왜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지’를 냄비 꺼지듯 하지 말고 꾸준하게 교육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오월 당사자이면서 오월문학을 위시로 진보문학인으로서 삶을 살아온 중견의 작가는 5대 대형 서점의 종이책이나 20~30대 고객 증가 등을 예로 들며 한강이 가져다 준 영향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는 문학생태계를 위한 밑불 작업을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 도서전(광주시립도서관)을 비롯해 특별전 ‘소년이 온다’(5·18기록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원화 전시(중흥도서관) 등 많은 프로그램이 가동됐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항구적이든, 다년이든 추진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숙제로 남겨졌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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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8 (화) 20: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