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공모 자격조건과 심사위원 그리고 광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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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공모 자격조건과 심사위원 그리고 광주의 미래

박기복 영화감독

박기복 영화감독
[문화산책]광주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과 광주문화기관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지역 ‘문화예술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 보도를 접했다. 그 자리에 현장 문화예술 일꾼들이 빠진 게 아쉽다. 현장의 제작시스템은 문화예술뿐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필수적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격언이 새삼 떠오른다. 초 단위로 변하는 문화예술 현장은 탁상공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담당 실무자라도 현장 스태프로 참여를 권하고 싶은 필자의 생각이 혼자만의 고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는 사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초·중·고 학교 예술 강사 인건비 국비 지원 반영이 물 건너간 소식을 듣는다. 2023년 574억 7200만 원에서 2025년 80억 8700만 원으로 86% 삭감됐다. 2026년도 예산은 135억 87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예술인의 미래가 불안하고 불길하다.

문화예술은 문화와 예술을 통합한 개념으로, 예술 활동이 있는 문화를 의미한다. 문화와 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며, 인간의 삶과 사회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넷플릭스 드라마 1화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문화예산으로 수백 명의 개인과 단체의 치열한 공모전 경쟁을 통해 거지 이불 찢어 나눠 갖는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서 작품을 만들어왔다. 이제 예술인에게 남은 일은 내년 선거를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각을 지닌 시장과 구청장을 선택하는 일이 유일한 실 날 같은 희망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언제까지 정부나 광주시를 바라보며 입만 벌릴 수는 없다. 예술인은 숙명처럼 주어진 여건과 예산에 맞는 공모전 취지에 맞는 맞춤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적은 예산에 맞는 ‘작지만 강한 콘텐츠’ 개발이 유일한 미래와 희망이 되어 버린 고단한 길을 쉬지 않고 걷는다.

그런데 많은 예술인이 공모전 준비에 앞서 회의부터 든다. 공모전 작품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응모 요강과 심사위원에 대한 불신과 의혹 때문이다. 주최 측의 어떤 비리나 외압이 개입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탈락한 자의 불만이나 자의적인 해석 또한 아니다. 참고로 필자는 몇 차례 공모전에 선정된 운 좋은 수혜자 임을 밝히며 지금도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필자가 공모전 응모 조건과 심사위원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심사의 대상이 되어 겪은 경험과 문제점을 적시하고 싶어서다. 필자와 같은 수많은 광주 예술인의 피와 눈물과 지독한 인내심을 너무 잘 알기에 ‘경쟁의 공정’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예술 창작자의 열정과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다.

공모전 심사와 선정은 단두대에 선 예술인의 혼을 죽이고 살리는 재판관 같은 역할이다. 그래서 심사위원은 그만큼의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과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문화수도 광주가 지닌 엄청난 문화적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과 콘텐츠가 없다”는 간담회 의제를 인정한다면 모순되고 불필요한 오해가 없어야 한다.

응모자격 요건은 광주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예술가로 국한 시켜야 한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회사가 공모전 과실을 따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심사위원은 콘텐츠를 보는 안목으로 선정되어야 한다. 이 또한 광주에 거주하면서 현장 제작 경험이 필수적이며 광주의 역사, 인물, 문화에 정통한 전문가 위주의 심사위원을 선정해야 한다. 익명에 가려져서도 안 된다. 신춘문예 예를 보더라도 심사위원 공개와 심사평이 오픈된다. 문화예술에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낙선한 예술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 자격과 명단과 설득력 있는 심사평만이 예술인의 불만과 불신을 잠재울 수 있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절차를 지키지 못한다면 의심과 불신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뾰쪽한 출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 구청장, 의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눈여겨본 프로그램과 광주의 몇몇 인사들의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인식이 그나마 광주의 미래와 희망을 걸어본다.

광주 북구청(문인 구청장)의 ‘주민의 삶과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문화예술 실현’은 형식적 문화예술이 아닌 실질적인 구민의 삶과 함께하는 정책에 중점을 두고 실천하는 데 공감이 갔다.

노희용 (전 동구청장)은 ‘충장로, 광주의 심장이 멈추고 있다’라는 일성과 더불어 문화와 산업이 결합 된 ‘창의상권’으로 전환으로의 대안은 그저 겉치레로 들리지 않는다. 광주 시민을 중심에 둔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은 광주 시민 중심의 문화예술이다. 다음 문화예술을 디자인할 지도자의 선택은 오롯이 시민의 판단과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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