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소상공인의 위기, 정책지원 전환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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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소상공인의 위기, 정책지원 전환점이 필요하다

신연범 광주신용보증재단 감사실장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남 소상공인의 59%가 “지난해보다 경영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절반 이상이 매출 부진과 내수 침체, 인건비와 임대로 같은 고정비 부담 증가를 동시에 겪고 있다는 의미다. 지갑을 닫는 서민들의 일상이 보편화되면서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세를 보였던 소주와 라면마저도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자금 사정의 악화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자금 사정이 “나쁘다”고 답했으며,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지원으로 대출 등 직접 자금 지원을 꼽았다. 높아진 금리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근근이 버티던 사업자들마저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신호일 것이다. 최근의 소상공인 위기는 단순한 경기 하락의 문제가 아니다. 내수 침체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용은 오히려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급등한 인건비, 전기·가스비용, 원자재 가격,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영업 구조 자체가 ‘고비용·저매출’의 구조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 앞에서 소상공인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경영을 지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정부와 금융권은 최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성장촉진 보증부 대출’을 새롭게 출시했다. 농협, 신한, 우리, 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지난 17일자로 실행했고, 다음달에는 광주은행·전북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확대된다. 개인기업은 최대 5000만원, 법인기업은 최대 1억원의 대출을 ‘원스톱’으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과거 정책자금은 ‘신청-심사-보증-대출’로 이어지는 절차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번 자금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심사 기본 요건을 제시하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최종 승인까지 진행하는 위탁보증방식으로 소상공인이 보다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성장촉진 보증부 대출’은 사업체을 운영중이며 신용평점 710점이상, 업력 1년 이상, 수익성·매출액 증대 등 일정 요건을 입증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쟁력 강화 자금’을 제공한다. 또한 해당 보증부 대출은 보증비율 최대 90%, 금리 우대 최대 1.5% 등 혜택도 크다. 은행이 전국신용보증재단에 3년간 3000억원을 출연, 약 6만명에게 3조원 이상의 보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성실상환 소상공인 대상 ‘소상공인 더드림’ 패키지 마지막 상품으로 최근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가치성장대출’과 ‘골목상권 소상공인 활력대출’ 도 출시 되는 등 단순히 위기 극복뿐 아니라 혁신과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접근성이다. 정보 부족, 복잡한 요건 등으로 인해 실제 필요 자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많다. 조사에서도 “정책자금 이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정책이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혜택을 받는 것 사이에 분명한 ‘정보 격차’와 ‘절차 장벽’이 존재한다. 새로운 대출 상품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소상공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행정 간소화·상담 지원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단기 대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매출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소비 촉진 정책, 디지털 전환과 경영혁신을 돕기 위한 컨설팅·교육 지원,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상권 활성화 사업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재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장 상담과 자금 연계, 맞춤형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소상공인의 경영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 지역경제 전체를 안정시키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지금 소상공인 위기는 한 지역이나 일부 업종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허리를 구성하는 수많은 소상공인이 흔들리면 지역경제와 내수시장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 정부와 금융권,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정책을 펼쳐 협력의 폭을 더욱 넓히고,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속에서 소상공인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정책은 그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생존’이 아닌 ’회복과 성장‘을 목표로 한 지원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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