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다움 브랜드화, 세계로 뻗어나갈 것"
검색 입력폼
공연

"광주다움 브랜드화, 세계로 뻗어나갈 것"

[예술인 플러스] 김용호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
소리꾼서 아쟁 연주자로…연구·제작 경험 풍부
"창극은 국악 미학 극적 서사로 확장한 종합예술"

김용호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전통의 지역적 뿌리’와 ‘현대적 예술 가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시립창극단이 지닌 전통의 깊이를 바탕으로, 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예술적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열어볼결심’ 12월 12일…실감콘텐츠 제작도

··내년 남도소리·무용 결합 ‘희경루방희도’ 선봬
지난 달 28일 진행된 광주시립창극단 ‘愛(애)춘향’ 기자간담회에서 김용호 예술감독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호남의 역사와 예술적 토양 위에 형성된 광주시립창극단. 최근 광주시립창극단이 새 수장을 맞아 첫 무대를 치렀다.

지휘와 대본 집필, 기획, 연주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폭을 넓혀온 김용호 예술감독이 그다.

그는 지난달 열린 제62회 정기공연 창극 ‘愛(애)춘향’을 통해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작품은 고전 성춘향을 바탕으로 몽룡과 춘향의 만남과 이별, 그리움과 기다림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닌 기쁨과 아픔을 춤과 음악으로 풀어내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2014년 창극단에서 전막을 올린 뒤 10여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세웠다. 원전 판소리의 선율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해석을 더한 작창과 감각적인 리듬, 풍부한 화성을 지닌 창작 음악이 어우러지는 무대였다.

특히 작창과 창작 음악, 수성반주의 감성과 역동성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무대세트가 있는 기존 창극과 달리 상징적 오브제를 중심으로 무대를 구성, 전통 놀이문화의 상징인 ‘그네’를 오브제로 선보여 젊음과 자유, 설렘과 그리움을 동시에 표현, 춘향의 내면을 드러내는 매개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먼저 국공립 국악 단체 중 국립창극단과 함께 창극단이라는 독자적 명칭을 지닌 2곳 중 하나인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은 사명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전국에 국공립 국악단체 중 창극단이란 독자적인 명칭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국립창극단, 광주시립창극단 등 두 곳 뿐입니다.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정읍시립국악단 등이 창극을 주로 만들고 있지만, 독자적인 명칭은 아니죠. 그래서 자부심과 긍지, 명예로움은 익히 알고 있었고, 그에 따른 사명감이 큽니다.”

어려서부터 전통음악을 즐겼다는 그는 사범대학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다 국립극장에서 본 판소리 공연에 매료돼 학교를 자퇴, 전주로 거처를 옮겼다.

이일주 명창으로부터 소리를 배우면서 ‘소리꾼은 내 운명’이라 생각했는데, 목이 상해 소리를 계속하기가 힘들어졌다. 고심 끝에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아쟁 연주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아쟁을 전공으로, 판소리고법을 부전공으로 다시 대학교 문을 두드린 그는 졸업과 동시에 공립예술단체에서 전문연주자 생활을 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 초청으로 아쟁 산조 독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물 한 살, 그렇게 아쟁을 시작한 그는 현재까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39호 아쟁산조 보유자 박종선 명인의 첫 이수자로 그 계보를 잇고 있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2-4호 남해안 별신굿 이수자이기도 하다.

연주자 생활을 하던 당시 우연한 기회에 경남 통영의 남해안별신굿 반주를 하게 됐는데 무속음악이 머리에 꼭 박히면서 정영만 명인의 제자가 돼 통영을 오갔다.

아쟁 연주자 최초로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전통문화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김 감독은 국립국악원과 전북도립국악원 등을 거치며 쌓은 그간의 경험을 시립창극단에 녹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재직 때에는 우리 단체처럼 정기연회를 국악극이나, 무용극으로 만들어 브랜드화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시절에는 도립 소속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의 전반적인 공연 주제의 심도 있는 학술지원이나 공연 기획, 제작 평가를 맡아 운영했고, 정읍시립국악단장 때는 창의적인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여러 기관에서의 제작 경험이 시립창극단을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김 감독은 창극의 매력으로 민족의 정서와 삶의 리듬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을 꼽았다. 단순히 음악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노래하며 느림과 여백 속 깊은 울림을 전하기에 시대를 초월해 매료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창극은 이러한 국악의 미학을 극적 서사로 확장한 종합예술이죠. 판소리의 소리와 몸짓, 전통춤과 연희의 흥이 어우러져 인간의 감정과 이야기를 풍성하게 표현합니다. 전통의 멋과 현대적 감성이 만날 때, 국악과 창극은 시대를 넘어 감동을 전하는 살아있는 예술이죠.”

제62회 정기공연 ‘愛(애)춘향’ 커튼콜에서 김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송년 기획공연 ‘열어볼 결심’ 연습 현장.
XR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의 배경이 될 복덕촌 마당 이미지. 서석대를 뒤로 하고 운현궁을 모티브로 구성된 이곳에 판소리 다섯바탕 등장인물들이 모인다.
김 감독은 광주시립창극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통예술의 본질을 존중하면서 동시대적 감각과 결합해 새로운 창극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중요한 미래이자 소중한 가치인 전통문화의 소재를 발굴하고 나아가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시립창극단은 내년 남도소리가 주축이 되는 기획공연과 현대기술을 결합한 무대를 선보일 전망이다.

그는 요즘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을 송년공연(12월 12일·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으로 준비에 여념이 없다. 판소리 다섯 바탕의 인물들을 각색한 ‘열어볼 결심’은 지난 5월 선보여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창극 최초로 XR 실감형 버전도 준비 중이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실시한 XR콘텐츠공모전에 선정돼 리얼프로텍이 XR·AR 기술 구현을, KBS광주방송이 총괄기획·방송제작하는 이번 작품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이 결합된 몰입형 XR 창극으로, 현재 영상과 음악은 MR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완성작은 내년 3월 14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아울러 내년 6월에는 기획공연으로 창극의 서사성과 무용의 시각미를 결합한 창무극 ‘희경루방희도’를 무대에 올린다.

조선 명종 22년(1567) 광주목의 누정 ‘희경루’에서 열린 과거 급제 동기들의 계회(契會)를 기념해 그린 ‘희경루방회도’를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 문사(文士)들이 모여 시와 음악, 무용으로 교류하던 장면을 재구성해 전통예술이 지녔던 교유(交遊)와 향유의 정신을 남도소리를 중심으로 무대 위에 되살린다.

“창무극 ‘희경루방회도’는 회화를 모티브로 음악과 무용을 결합해 꾸립니다. XR 마당창극 ‘열어볼 결심’은 전통 창극의 깊은 울림과 최첨단 실감기술이 구현하는 몰입형 무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지역 대표 공연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이 공연 비전입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시립창극단의 작품이 시민들의 공감과 성장을 넘어 세계 속에서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통의 지역적 뿌리’와 ‘현대적 예술 가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데 중점을 둬야죠. 시립창극단이 지닌 전통의 깊이를 바탕으로, 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예술적 도전을 이어가고 싶어요. ‘광주다운 창극’의 공동체적 기반을 강화해 지역 이야기를 세계적 감수성으로 확장시키는 문화브랜드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