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추모글’로 구금·제적…위자료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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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추모글’로 구금·제적…위자료 증액

법원, A교사에 5190만원 선고…"중대한 인권침해"

5·18민주화운동 1주기 게시물을 작성·배부했다는 이유로 불법 구금돼 구타를 당하고 다니던 대학교에서 제적됐던 A교사의 국가손해배상소송 위자료가 증액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민사부 이의영 재판장은 정부가 A씨에게 지급하도록 책정했던 정신적 피해 위자료 3190만원을 파기하고 5190만원으로 증액해 선고했다.

23살 대학생이던 A씨는 1981년 5월22일 광주에서 ‘민주학우 5월 궐기문’이라는 유인물 초안을 작성했다. 광주시민들이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에 무참히 살해됐고, 군부 독재를 추방해야 한다는 1주기 추모글이었다.

그는 이 유인물을 학생들과 함께 700매를 제작해 대학교 등에 배포했다.

A씨는 공수부대원들에게 붙잡혀 127일간 광주교도소 등에 구금됐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학 측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라는 이유로 A씨를 제적시켰다.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A씨가 구금 기간 매일 밤마다 팔을 벌린 상태에서 몽둥이로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규명했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헌정질서 위반이 인정되면서 A씨는 2005년 8월 해당 대학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해당 대학에 재입학한 후 교사 자격증을 취득, 교사로 근무하며 뒤늦게 꿈을 이뤘다.

집시법 위반은 재심 재판을 통해 지난 2023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재심 무죄 판결을 선고받기까지 수십년간 범죄자라는 오명과 낙인을 짊어진 채 살아왔고, 대학 졸업과 취업 등 사회생활, 경제활동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가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는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는 공무원에 의해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됐다는 점에서 유사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가 있다. 원고가 23세의 나이에 불법 구금돼 약 30년동안 교사가 될 기회를 잃었다는 사정은 위자료 산정에 충분히 참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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