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성재 도의원 |
다행스럽게도 그 외침은 메아리 없는 독백으로 끝나지 않았다. 발언 이후 전남도 곳곳에서 일어난 ‘심폐소생술(CPR) 배우기 열풍’은 놀랍고도 가슴 벅찬 일이다. 생명을 살리는 4분의 기적을 위해 민·관·정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필자는 골든타임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치솟음에도, 국내 목격자 시행률은 30%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산어촌 어르신들과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강조했다.
이러한 제언은 곧바로 현장의 변화로 이어졌다. 전남도교육청은 학교 보건교육을 대폭 강화하여, 이론 위주의 안전교육을 ‘실습 중심’으로 개편했다. 모든 학생이 매년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으며, 교직원 연수도 강화했다. 학교 현장에서부터 “심폐소생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기술”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누군가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은 교육이 실현할 수 있는 숭고한 가치다.
변화의 바람은 학교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 깊숙한 곳까지 불어닥쳤다. 전남소방본부를 중심으로 전개된 ‘찾아가는 소방안전교육’은 본 의원이 우려했던 의료 사각지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119안전센터와 거리가 먼 도서·산간 지역 마을회관과 경로당으로 소방대원들이 직접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가슴 압박법을 가르쳤다. 평생 농사일로 거칠어진 어르신들의 손이 마네킹의 가슴을 힘껏 압박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은 생명 존중에는 나이도, 지역도 장벽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전남 각지에서 열리는 ‘일반인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소수의 관심사였던 이 대회가 이제는 학생, 직장인, 주부, 군인 등 다양한 도민이 참여해 생명 살리기 기술을 겨루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심폐소생술이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이처럼 전남에 불어닥친 심폐소생술 붐은 단순히 응급처치 기술의 보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다. 내 눈앞에서 쓰러진 타인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용기, 나의 두 손으로 이웃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책임감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지금의 열기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교육 시스템은 더 정교해져야 하고 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 본 의원이 발언했던 것처럼 119 생활화를 통해 심폐소생술이 자전거 타기처럼 몸이 기억하는 본능적 감각이 될 때까지 반복하고 또 훈련해야 한다.
안전은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오직 준비된 행동만이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남의 어느 교실에서, 어느 마을회관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을 도민 여러분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여러분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훗날 누군가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기적의 씨앗’임을 확신한다.
필자 역시 가장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전라남도가, 단 한 명의 생명도 골든타임을 놓쳐 잃지 않는 ‘생명의 땅’이 될 때까지 도민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심폐소생술 전문가가 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두 손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자 서로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약속이다.
2025.12.30 (화) 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