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법 사무장병원 근절’ 특사경 도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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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법 사무장병원 근절’ 특사경 도입 서둘러야

조순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영광함평지사장
최근 대통령은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문제에 대해 국민 생명과 건강보험의 신뢰를 해치는 구조적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이 발언 이후 사무장병원·면대약국에 대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불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을 말한다. 이에 따른 폐해는 국민건강권 위협, 병원의 안전관리 미흡, 과잉진료 및 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25년 6월말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 등은 1775개 기관, 총 환수 결정된 금액은 약 2조9000여억원에 이르지만 환수율은 고작 8.5%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 환자치료비로 공단이 지출한 금액인 약 3조3060억원과 비교해 보아도 적지 않은 금액이 그간 사무장병원에서 부당청구했다고 보면 된다.

이는 수가 약 5% 인상할 수 있는 금액으로 국민들이 받아야 할 의료혜택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현재도 사무장병원으로 연간 약 2000여억원 이상이 누수되고 있다고 하니 신속한 적발과 행정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확인한 결과 불법개설기관은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로 확인되는 요양급여비 환수처분이 가능한데(건보법 제47조의2), 경찰의 전문 수사인력 부족과 사건 우선순위에 밀려 수사의뢰 후 결과까지 평균 11개월이 소요, 불법개설기관으로 흘러가는 요양급여비 청구비용을 조기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공단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전문조사인력이 배치됐고 조사 유경험자만 200여 명에 달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분석시스템을 갖고 있어 수사기간을 3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 시스템에서는 공단 조사자의 수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 불가로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고, 방조자·참고인 등 관련자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해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의 본질은 의료인의 진료 행위가 아니라, 비의료 자본이 의료기관을 지배하는 불법 구조에 있다. 이 구조는 의료인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정직한 의료기관을 불법 기관과 동일선상에 놓이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약사 단체가 특사경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의료는 고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전제로 운영되는 영역이며, 과도한 수사 개입은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따라서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단속 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의료 활동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여야 한다. 특사경 도입이 의료인을 관리·통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더 이상 단순한 불법 개설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차명 운영, 명의 대여, 허위 서류, 조직적 증거 인멸 등으로 수사 회피가 구조화된 범죄 집단에 가깝다. 그럼에도 현행 수사체계는 의료·약사법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행정·수사의 분절로 인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의료 현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특사경 제도의 연내 입법 추진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문제를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접근은 오히려 갈등만 키울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개혁’이라면, 해법 역시 그 방향에서 찾아야 하며, 연내 입법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참여와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사경 대상과 범위를 법률에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 사무장병원·면대약국 개설 및 운영 범죄로 한정하고, 일반 진료 행위는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의료 위축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 운영의 독립성·전문성·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 업무조직과 완전 분리된 독립된 조직(Wall-off)으로 운영하고, 수사 전과정이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하며, 의료계·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외부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명확히 위치시킬 필요가 있다. 대통령 발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건복지부·지자체·수사기관 간 협업을 이끄는 분명한 정책 신호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연내 입법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국민 생명과 건강보험 재정을 동시에 위협하는 중대 범죄행위이며 의료를 이윤의 수단으로 삼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아 이제는 특사경 입법으로 답해야 할 때다.

불법 의료를 방치한 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이며, 가장 억울한 존재는 정직한 의료인이다. 특사경 입법 논의가 의료인을 향한 불신이 아니라, 의료를 의료답게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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