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중동 사태’ 장기화…건설업계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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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중동 사태’ 장기화…건설업계 위기감

미분양 누적에 공사비도 인상…자금난 악순환
호르무즈 봉쇄·유가 급등에 ‘자재값 압박’ 우려

광주시 전경. 광주시 제공
건설 경기 장기 침체 속에 중동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광주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누적된 상황에서 공사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및 원자재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건설 원가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와 노무비, 장비비 등의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지표로, 최근 몇 년간 상승세가 이어지며 건설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갈등이 격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일대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시멘트와 철강, 아스팔트, 페인트 등 상당수 건설 자재 가격이 유가와 물류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자재 생산비와 운송비 증가로 이어지며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공사비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건설사들의 사업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광주 지역 주택시장에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역시 큰 장애물이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살펴보면 광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1300여 세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준공 이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은 400여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분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비 회수가 늦어지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신규 사업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미분양이 늘어나면 건설사의 자금 흐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의존도가 높은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유동성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분양 일정이 잇따라 미뤄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광주 분양시장은 최근 청약 물량이 크게 줄면서 사실상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사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신규 분양 시점을 늦추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향후 공급 물량도 적지 않아 시장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에서는 재개발·재건축과 민간공원 특례사업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어 수요 회복이 늦어질 경우 미분양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건설업계는 미분양 누적과 공사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국제 정세 변수까지 더해진 ‘삼중 부담’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비 상승 압박이 더 커지면서 지역 건설 경기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주택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고 국제유가 변수까지 겹치면 건설사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미분양 해소와 시장 수요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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