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계훈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교수 |
그러나 정작 묻지 않는다. “왜 이 병이 여기까지 왔습니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암 다음으로 심장 질환이 2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암이 여러 장기를 합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장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질환은 여전히 심장 질환이다. 따라서 건강하게 백세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장병에 대한 이해와 예방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치료’에는 집착하면서 ‘예방’에는 무심하다. 명의를 찾는 열정은 뜨겁지만, 자신의 혈압 수치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병이 생기기 전 수년, 아니 수십 년 동안 쌓여온 위험 신호는 철저히 외면한다. 그러다 병이 터지면 비로소 최고의 병원과 의사를 찾는다. 이 얼마나 뒤바뀐 순서인가?
중국의 명의 편작은 가장 유명했지만 스스로를 가장 부족한 의사라 했다. 큰 형은 병이 생기기 전에 원인을 제거했고, 둘째 형은 병의 초기 단계에서 치료했다.
반면 편작은 병이 깊어진 뒤에야 치료했기에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의료 현실을 정확히 꿰뚫는다. 우리가 찾는 ‘명의’는 사실 가장 늦게 개입하는 의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실 가장 뛰어난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큰형과 같은 의사가 아니겠는가?
심장병은 결코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혈관을 망가뜨린 결과다. 이미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사건’이 아니라 위험 요인들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결과만을 문제 삼는다.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죽음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취임 시 건강하던 그는 2차 세계대전과 재선을 거치며 혈압이 점점 상승 (1935년 135/78mmHg, 1941년 188/105mmHg, 1944년 260/150mmHg)하고 심장 비대와 단백뇨 등 장기 손상이 나타났다.
결국 1945년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혈압 260/150mmHg). 당시 주치의는 이를 ‘청천벽력’이라 표현했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주치의의 무능에 의한 ‘예고된 인재’였다. 즉, 위험 인자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외래 진료실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이 “갑자기 심장병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혈관은 결코 ‘갑자기’ 나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경고를 무시해 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운이 나빴다’는 말로 포장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디에 명의가 있습니까?”가 아니라, “나는 내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가?”라고.
심혈관질환은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고, 위험 인자를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질병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심장질환은 우리가 선택하는 삶의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병이 생긴 후 병을 극적으로 고쳐내는 유능한 의사를 만나 치료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명의는 멀리 있는 유명한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바로 ‘나 자신’일 수 있다. 독자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의 명의가 되어 심장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백세 인생을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이미 늦은 뒤에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나를 위한 명의인가?”
광남일보@gwangnam.co.kr
광남일보@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4.15 (수) 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