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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
창제작의 출발점은 텍스트다. 문학과 설화, 신화, 구전서사, 역사 기록은 공연과 전시, 그림책,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소스다. 특히 아시아를 이름에 품은 ACC라면 아시아의 이야기 자산을 어떻게 발굴하고 오늘의 언어로 재창조할 것인지가 기관 정체성의 핵심이어야 한다. 원천소스를 조사하고, 텍스트로 정리하고, 무대화하고, 교육 콘텐츠로 확장하는 과정 자체가 ACC만의 차별성이었다.
개관 초기 ACC는 이런 시도를 분명히 보여줬다. 2018년 제2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작인 베트남 작가 바오닌의 소설 ‘전쟁의 슬픔’은 연극 ‘전쟁 후에’로 재탄생했다. 문학을 무대 언어로 바꾸고 배우의 신체와 움직임을 통해 전쟁 이후 인간의 상처와 기억을 표현한 작품이다. 언어와 문화를 넘어서는 아시아적 연극 창작의 실험이었다.
5월마다 선보이는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 역시 2018년 ACC 스토리 공모사업 선정작 ‘시간을 짓는 건축가’를 모티브로 제작된 창제작 공연이다. 원천 이야기가 공연으로 확장돼 오늘날 ACC를 대표하는 5월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사례다.
어린이 콘텐츠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ACC는 국제교류를 통해 카자흐스탄 설화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 인형극과 그림책 ‘세 친구’, 우즈베키스탄 설화를 모티브로 한 ‘교활한 꾀쟁이의 속임수’, 타지키스탄 영웅신화를 소재로 한 ‘위대한 전설 테무르말릭’ 등을 선보였다. 이는 각국 문화예술인과의 협업을 이끌어낸 동시에 아시아의 이야기가 공연과 출판 콘텐츠로 이어진 대표적 선순환 사례였다.
물론 좋은 전시와 협업 공연도 중요하다. 국제교류와 기관 협력 역시 ACC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ACC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역 예술인과 협업하고 국내외 기관과 공동제작한 공연을 선보이며 다양한 행사의 공간을 제공하는 일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것이 ACC가 직접 아시아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생산하는 일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최근 ACC의 흐름을 보면 전시와 공동기획 또는 협업 공연 등은 활발하지만 정작 ACC만의 원천 콘텐츠가 축적되고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창제작 기관의 경쟁력은 결국 원천소스를 얼마나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다양한 장르로 확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문학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한 편의 소설과 설화, 구전서사는 공연과 영화, 그림책, 전시, 교육으로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다. 오늘날 콘텐츠 산업이 원천 IP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도 결국 좋은 이야기가 장르와 세대, 문화를 넘어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열릴 ACC 아시아문학페스티벌과 아시아문학상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문학행사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의 이야기를 발굴해 새로운 공연과 전시, 교육 콘텐츠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서다. 더 자주 ACC에서 길어올린 아시아 원천소스가 실험적인 창제작 콘텐츠로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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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8 (목) 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