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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에 온 직후 씨떼 레지던시 국제 프로그램을 광주 작가에게도 혜택을 주고자 했다. 재단은 매년 지역 작가 한 명씩 선정해 파리 스튜디오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그래도 목표는 광주다운 비엔날레의 토대 구축을 위한 과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많은 성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본다면.
-정말 눈 깜작할 사이에 1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다. 지난해는 다른 기관에서 운영하던 디자인비엔날레를 맡아 열악한 조건에서도 잘 마무리했다. 이런 커다란 행사를 치르면서 절감하는 점은 재단의 근본적 문제점이다. 바로 인력과 예산 문제로 밖에서 본 것과 너무 달라 놀라울 정도다. 그래도 광주다운 비엔날레의 토대 구축에 방점을 찍으려 했다.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도 30년이 넘었다. 비엔날레 창립 때 참여한 것이 엊그제 같기도 하다. 이제 어엿한 성년의 나이도 됐으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바로 변화의 시기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듯 이 순간은 내 생애에 단 한 번뿐이다. 날마다 보람으로 채우려 한 지난 1년이었다.
△올 비엔날레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왔나.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변화’다. 전시 제목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다. 바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따온 말이다. 변화라는 말은 개인적 삶에서부터 국제 사회의 거대 담론까지 해당된다. 바꿔야 한다. 지금 세상은 전쟁, 기후 위기, 자원 고갈, 빈부 격차 등 문제투성이다.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다. 오죽하면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의 대멸종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하겠는가. 대멸종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개인적인 일상생활에서도 변화라는 주제는 의미심장하다. 고정관념을 깨야 진정한 변화를 만날 수 있다. 그릇을 비우지 않고 어떻게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겠는가.
‘변화’라는 주제를 조형언어로 정리해 체계적으로 풀어낸 전시가 올 비엔날레다. 전시는 소주제를 둬 사회로부터 개인적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봤다. 싱가폴 출신 총감독 호추니엔은 국제적 명성이 높은 미디어 작가다. 그동안은 전문 전시기획자 중심으로 비엔날레 전시를 이끌어 왔는데, 이번 경우는 다소 특이하다. 작가이기 때문에 상상력과 전시 접근 방식이 남다르다고 믿는다. 예컨대 제주도 화산석을 ‘하나의 작품’으로 봐 전시장으로 모셔 왔다. 하늘이 만든 작품을 지상의 사람이 만든 작품과 결합시킨 것이다. 진열에 앞서 작품 운송 상자를 첫 공개하는 행사 ‘뽀짝바짝’에서 감독은 바로 이 화산석을 상징적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변화는 강 건너에 따로 있지 않다는 증거다. 사소하다고 본 일상의 조그만 것부터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은 삶에 새로운 활기를 더해주기도 한다.
△전시 개막에 맞춰 전시장을 찾을 관람객들에게 당부 말씀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유행한 적도 있다.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관심있는 만큼 보인다’ 아니, 한 걸음 더 나가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이 더 좋다. 관심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금은보화도 돌멩이 같다. 예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예술을 가까이하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보면 금방 이해할 것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좋다’라는 말도 있다. 미술은 정서 교육에 효과도 있지만 상상력이나 도전의식 같은 새로운 세계에의 진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비엔날레라는 전시는 현대미술 가운데 진행중인 미술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실험적이고 낯설은 작품이 많다. 새로운 시도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게도 한다. 관객은 작품을 보면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하여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보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작품 감상에 정답은 없다. 보는 이의 눈높이만큼 보면 된다. 물론 자꾸 보면 작품이 주는 마력을 느끼게 된다. 올 비엔날레는 변화라는 주제의 전시이기 때문에 전시장에서 새로운 세계와 만나기를 희망한다. 자꾸 보면 보는 눈이 깊어진다. 바로 안목(眼目)이다.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
△최근 대만관 명칭 논란과 중국관 전시인력 철수 등이 촉발된 파빌리온 전시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광주비엔날레는 본 전시와 별도로 파빌리온 전시를 함께 치른다. 파빌리온 전시는 여러 나라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독자적으로 전시장을 꾸미는 구조다. 우리 비엔날레의 국제적 명성 때문인지 올해도 참가 희망의 나라나 기관이 많았다. 결국 최종 집계는 27군데로 마무리했다. 파빌리온 전시는 크게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나누었지만 실질적 구별은 없다. 국가관이라는 명칭이 오히려 현대 사회의 추세와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파빌리온 전시는 순수 예술 행사다. 정치적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향후 파빌리온 제도를 다시 검토하게 한다. 파빌리온 전시의 또 다른 특색은 전시 장소가 시내의 다양한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여기는 미술관에서부터 아주 작은 전시 공간까지 다양하다. 참가 기관은 전시장 조건에 맞게 전시 내용을 꾸려 특화시키려 한다. 이 말은 광주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조형 언어를 체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시는 정말 다채롭다. 바로 이 점이 파빌리온 전시의 대중적 인기를 가름하게 한다. 관객은 여기저기 산재한 전시장을 찾아다니면서 광주의 뒷골목까지 체험할 것이다. 이들은 전시 이외 광주의 풍광과 맛 그리고 멋을 만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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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후 전시장 야외 중정에서 열린 개막식에 민형배 광주특별시장과 함께 참여한 윤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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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후 전시장 야외 중정에서 열린 개막식에 민형배 광주특별시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인사하고 있는 윤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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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스오픈이 지난 4일 오전 거시기홀에서 진행된 가운데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윤범모 대표. |
-광주비엔날레는 30년 역사와 비교할 때, 축적된 내용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은 우선 구성원의 잦은 교체를 초래한다. 그래서 경험 많은 고참 직원이 별로 없다. 전시 노하우의 승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늘 새로운 팀이 대형 전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기야 30년 역사의 아카이브 정리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다. 현재 재단은 AI 라키비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엔날레 관련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다. 이들 자료는 AI 기술을 활용해 대중 서비스를 목표로 삼고 있다.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자료 한 장, 사진 한 장이라도 소중하다. 비엔날레 자료에 대한 민간 수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미흡한 성과여서 아쉽게 한다. 하지만 30년 역사를 직시하고 이제 비엔날레 문화를 새롭게 써야 할 때다.
비엔날레의 올해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그래서 예전처럼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뜻은 하늘에 있으나 현실은 지상에서 묶여 있다. 꿈을 제대로 펼쳐 보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그래도 최소 인력의 재단 가족은 대업 성취라는 사명감 하나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명성과 비교하여 재단 조직의 허술한 구조,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다.
△순수 비엔날레 전시가 끝나면 바로 디자인비엔날레를 준비해가야 한다.
-지난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행사를 광주시로부터 위탁받게 됐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매우 크다. 어떤 면에서는 대중과 더 밀착된 부분이어서 각광 받기도 좋다. 그만큼 다자인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비엔날레를 떠맡으면서 인력은 따로 받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직장 환경에 더 짐을 지어준 셈이다. 그러니까 아트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를 매년 교대로 비엔날레라는 거대한 행사를 수행하는 조직이 됐다. 연구하고 제대로 준비할 시간적 여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구조다. 언론이나 대중은 비엔날레의 구조적 문제점은 도외시하고 피상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의 자존심이다. 광주다움이 우리 비엔날레의 목표다. 이제 30년의 역사도 축적되었다. 그동안 현대미술의 국제적 흐름과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광주답게, 광주만의 특화된 비엔날레를 지향해도 좋다고 믿는다. 아무리 국제 사회에서 비엔날레 문화가 위축되고 있다지만 광주정신의 본향 광주는 광주비엔날레만의 독자적인 개성을 추구할 때라고 본다.
△광주비엔날레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향후 계획은.
-무엇보다 광주다운 비엔날레의 토대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비엔날레의 자생력을 키우는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역시 ‘변화’가 열쇠말이다. 그래서 지명제인 총감독 선임 방식을 국제 공모제로 바꿨다. 새로운 변화, 새로운 개혁안이다. 공모 마감 후 신청자 명단은 놀라게 했다. 우선 예상과 달리 60군데가 넘는 응모 숫자였다. 그것도 북구에서부터 아프리카, 아시아와 남미까지, 정말 다양한 국적의 기획자들에 의한 전시 기획안이 접수된 것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감독 공모제는 일단 국제 사회에서 뜨거운 화두로 부상됐다는 점을 확인하게 했다. 이번 총감독 공모제는 사전 홍보 기간이 매우 짧았다. 하지만 다음 번 공모에서는 더욱 훌륭한 기획자들에 의해 더욱 참신한 기획안이 제출될 것이다. 이제 명성보다 실질적 기획안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흔히 ‘예향 광주’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광주 어디를 가야 예향임을 실감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하는 이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아트 빌리지를 세우는 프로젝트다. 거기에 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 미술관, 공연시설, 각종 편의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상가까지 함께 있는 복합 예술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그렇고,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현재 진행형인 작업에 비중을 둔다. 미술사적 정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미술관 전시와 크게 다른 점이다. 비엔날레는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날개를 지녀야 한다는 아주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비엔날레는 재미없는 전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송구스러웠다. 대중적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겸비해야 한다. 지금 재단은 강좌 프로그램이나 지역 작가 양성 프로그램 등 나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예산과 인력 타령만 할 수 있겠는가. 이를 위해 지역 중심의 비엔날레 가족 만들기에 비중을 두고 있다. 후원 형식으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 독지가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파리 씨떼는 예술가들이 선망하는 국제 레지던스 현장이다. 역사나 규모는 단연 압도적이다. 나는 광주에 온 직후 씨떼 레지던시 국제 프로그램을 광주 작가에게도 혜택을 주고자 했다. 재단은 매년 지역 작가 한 명씩 선정하여 파리 스튜디오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작가라면 누구나 희망하는 파리 씨떼가 아닌가. 독지가의 후원은 비엔날레 살림을 풍요롭게 한다. 그래도 목표는 광주다운 비엔날레의 토대 구축을 위한 과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많은 성원이 절실하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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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7 (월) 20: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