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처음으로 노래방이라는 곳을 접한 아들은 신나 하면서도 어리둥절해 하며 어른들의 놀이공간에서 적응해 보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에코사운드로 노랫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마이크의 울림 때문에 귀가 행복하지 못했고, 대형화면에 펼쳐진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 동영상들은 아들에게 노출 시키고 싶지 않은 민망한 장면들이 연이어지고 있었다.
일곱 살 아들에겐 어른들의 놀이 공간이 문화 충격으로 받아졌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 5월28일 토요일 5시 5·28기록관 앞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광주무용제’ 심사를 위해 금남로로 향했다.
이런 행사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꽉 막힌 도로 위 차 안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후회는 무용제 시작하기 전 충분히 넉넉한 시간에 준비해서 나왔다는 안도감을 일시에 날려버렸고 늦지 않아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페스티벌 관계자의 친절과 배려로 주차공간이 마련돼 공연장에 허겁지겁 간발의 차로 도착할 수 있었다.
바삐 잰걸음으로 이동하면서도 필자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들은 낯설면서도 이색적이며 자유로운 분위기들이었다. 필자가 기억하는 금남로 거리는 35여 년 전에 발생한 5·18민주화항쟁으로 피로 얼룩져 무고한 시민들이 쓰러져간 슬픔과 한이 서린 곳이었다. 또 90년대 민주화 운동을 부르짖는 젊은 청년들을 향해 내던진 최루탄의 매캐함이 진동하던 곳이었다.
바로 그 현장이 차 없는 거리로 변신해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함께 즐기며 향유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은 나에게도 역시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프리지페스티벌은 장르나 형식 등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지는 공연예술축제를 의미한다. 매년 8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가 그 모태이며 전 세계 36개국에서 모인 1000여 개의 공연단체가 200개에 달하는 공연장에서 1500개의 공연물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술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부터 매년 연극·무용·음악·미술·독립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향하는 예술가와 단체들이 모여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광주에서 진행되는 프린지페스티벌은 4월23일부터 11월26일까지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프린지페스티벌은 ‘나눔이 있는 문화구성’, ‘자유가 있는 행위 예술’, ‘함께하는 즐거움’이라는 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25주년을 맞이한 광주무용제가 프린즈페스티벌과 동행했다. 그동안 무용제가 치러졌던 장소는 문화예술대극장이 주를 이뤘으나 이번 무대는 사방이 열린 야외무대였다.
특별한 조명이나 무대장치가 설치되지 않는 무대 위에 작품을 올린다거나 춤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은 안무자나 무용수들에게 많은 부담감을 안겨준다 할 수 있다. 안무자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우며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거나 표현 방식을 미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민낯을 생생하게 드러내게 되어 표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제 관계자분들의 철저한 준비성은 야외무대의 순조로운 진행이 이뤄지게 했고 안무자와 무용수들의 수준 높은 기량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작품에 열중하며 박수갈채를 보내며 광주무용제를 끝까지 지켜보는 관객들을 심사 내내 바라보며 이제는 관객과 무대의 이원화가 아닌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아니 관객이 빠져들어 주최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프린즈페스벌의 ‘함께하는 즐거움’과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겠다.
2026.03.17 (화) 20: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