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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은 장단의 조화 속에서 그 멋을 한층 더 뽐내고 있다. 가락과 함께 우리 음악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장단은 우리의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에서 소통된다. 물론 장단이 없는 음악도 적지 않으나 대개는 장단에 맞춰 노래하거나 악기를 탄다.
장단은 장고에 의하든지 북에 의하든지 처음은 양손을 함께 쳐 주는 합장단으로 시작한다. 강하게 힘주어 시작되는 합장단은 우리 음악의 처음이 강박으로 시작되는 것과 부합된다. 이때 오른손에는 장고채나 북채를 쥐고, 왼손은 맨 손바닥이다. 그리고 채로 치게 되는 장고나 북의 면은 채편, 그 반대 면은 북편이라고 부른다.
한 장단의 주기에서 장단의 꼴은 음악과 연주자에 따라 많이 변화하지만 장단의 짜임에는 변함없는 하나의 원칙이 담겨져 있다. 이는 우선 한 장단을 4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4분된 장단에 치고, 달고, 맺고, 푸는 4가지의 기능과 의미가 더해졌다. 그러니까 4분된 처음은 음악을 강하게 해서 받쳐 주는 부분이요, 그 다음은 그 친 소리를 달아서 약간 늦추어 다음으로 이어 주고, 이것은 다시 음악적으로 강하게 졸라 떼어 맺어주며, 마지막으로는 맺어진 소리를 서서히 풀어 주는 것이다. 이렇듯 장단의 치고, 달고, 맺고, 푸는 역할은 장단과 호흡을 같이하는 음악의 전반적인 흐름에도 똑같이 작용한다. 그래서 적절한 음악의 긴장과 이완의 세계를 생성시킨다. 이러한 장단의 짜임을 이해하고 음악을 듣게 된다면 좀 더 재미있게 우리음악을 들을 수 있다.
특히 판소리에서의 북편과 채편의 가죽소리와 매화점(북 상단부 중앙의 목재부분을 지칭한다)의 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북의 리듬과 소리꾼의 소리와 어울려 내는 리듬감과 조화는 때로는 여유를, 때로는 긴박함을 자아내어 준다. 생생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바로 연주회장을 찾아보라 그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장단은 음악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흔히 장단의 역할은 장단을 담당하는 고수의 역할과 동일시 된다. 그리고 판소리에서는 소리꾼의 상대역이 돼주기도 한다. 혼자 몇 시간 이상을 서서 독창하는 판소리 연창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때로는 위로하며 힘을 돋워 주며, 때론 격려하며, 이럴 때 고수는 적절한 추임새를 사용하여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런 까닭에 판소리나 산조의 연주회는 때로는 소란해 진다. 그러나 이 소란은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하는 있어야할 과정 중 하나이다. 청중과 연주자의 따뜻함이 오고 감은 이 소란을 통해서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앞으로 연주회장을 찾을 때 연주자와의 교감을 추임새를 통해서 마음껏 음악을 즐기시길 바란다.
이러한 고수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해서 예전에 ‘일고수이명창’ 이라는 말을 낳게 하기도 했다. 판소리 판에서 생긴 이 말은 고수와 장단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 말이다. 고수가 제일이요, 명창은 두 번째 라는 이 말은 의미가 깊다. 소리에서는 물론 소리하는 이가 제일이다. 고수는 어디까지나 다음이다. 판소리가 처음 등장한 조선후기의 북치는 이의 서러움은 대단했었다. 소리꾼은 가마를 타고 가는데 북 치는 이는 소리판까지 걸어가야만 했었다. 북을 친 보수도 소리꾼과 비교한다면 엄청나게 적었고, 심한 인격적 차별대우 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북꾼의 신세였다. 그러나 북의 잘못된 조화는 소리꾼의 소리를, 소리의 장을 죽이게 된다. 아무리 명창, 명인이라도 명고를 만나지 못하면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일고수이명창’이다.
장단과 음악에서 흔히 음악은 살이요, 장단은 뼈라고도 한다. 살을 뼈가 지탱해 주지 않으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음악은 장단의 조화에 잘 살아나며,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낼 수 있다. 그만큼 장단은 우리 음악에 있어서 중요하다.
2026.03.17 (화) 2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