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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부터 28일까지요"라고 답했더니 고마운 답이 돌아온다. "어찌까~ 티켓 많이는 못 사주고 스무장만 보내소" 괜찮다는 말에도 용주형은 그게 아니란다. "자네 혼자 고생한디 내가 뭐라도 해야 하는디 미안하네. 도움 많이 못 줘서. 등기값도 아까운디 지나가는 친구 있으면 아무 때나 점빵 문틈에다 넣어 놓고 가라 하소."
이렇게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하기에 힘을 내서 8번째 굿판을 준비 하고 있다. 40대중반 열정적인 삶을 살 때 시작해서 어느덧 5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굿판에 대한 애정 만큼은 결코 식지 않는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이 땅의 수많은 공연예술들이 사라져 갔다. 솟대타기, 얼른(마술), 살판, 방울던지기 등의 전문연희를 비롯해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 했던 소리와 춤, 기예들 , 그리고 미신으로 내몰려 있는 굿까지….
이런 연희들이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발전해 왔더라면 과연 어떤 판이 됐을까? 그 가슴 뛰는 상상을 하면서 광주예술난장 굿판을 준비한다. 사라진 것은 전통연희만이 아니다. 구경꾼들이 언제든지 공연자가 될 수 있고,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는 난장문화도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우리는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관광버스에서, 노래방에서, 뒷풀이 자리에서 온 몸으로 기억해낸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서양식 공연형태가 아니라 무대와 객석을 나누지 않는 우리식의 놀이마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한 굿판의 특징은 사라져 가는 전통굿이 마당판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전통굿에 대해 미신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세대와 굿을 접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굿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굿은 영어로도 ‘good’이다. 어릴 때 동네에 싸움이 나도 ‘굿보러 간다’ 집에 불이 나도, 초상이 나도, 장터에 써커스를 보러 갈때도 ‘굿보러 간다’라는 말을 썼다. 이처럼 인간 삶의 형태를 굿이라는 한마디의 함축된 단어로 표현했다.
6번째 난장때는 신안의 토속무녀가 무대를 열었고, 7번째는 씻김굿을 올렸다. 이번에는 성주굿을 올린다. 성주신은 인간에게 집을 짓고 연장을 만드는 법을 가르친 신으로 집안의 평안과 부귀를 관장하는 가택신 중에서 가장 웃어른이다. 금요일 저녁에 하는 굿마당에서는 성주굿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전통문화인 조왕굿(부엌굿), 철륭굿(장독), 측간굿(화장실), 곡간굿 등 남도문화의 한 장르를 접할 수 있는 마당밟이도 한다. 또한 굿물에 쓰이는 소도구들을 함께 제작함으로써 오신이들이 축제에 적극 참여하고 같이 만들어간다.
28~29일 이틀 동안은 판마당이 열린다. 이틀 동안 평생을 두고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12개팀이 한다. 매일 마지막에는 공연자와 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탈파티 등 뒷풀이 난장이 펼쳐진다. 소통마당에서는 탈과 허재비, 넋, 지전 등 굿물을 직접 만들어 보고, 어린들을 위한 동화구연과, 책과 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역 부녀회가 준비한 잔치마당에서 풍성한 먹거리난장이 펼쳐지고, 40여명의 공예작가들이 입주해 있는 공예창작촌에서도 다양한 공예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한다. 이렇게 8번째 난장준비를 마쳤다. 이제 오셔서 함께 즐기시면 된다.
어떤 이들은 "왜 힘들게 굿판을 하냐"고 묻는다. "그냥 나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가 나의 답니다. ‘전인종수 후인승량(前人種樹 後人乘凉)’이란 글귀를 단원들과 늘 공유한다. 굿판이란 나무 한그루 심어서 잘 키워 놓으면 후배들이 그 그늘밑에서 춤추고 마시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잘 놀겠지. 동시대의 우리들이 키워 나가야 할 나무가 광주예술난장 굿판이다.
2026.03.17 (화) 20: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