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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왔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고은 시인이 작사를 한 ‘가을 편지’가 어디선가 흘러나온다. 아직은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스쳐지나가는 바람 속에서 사람들이 걷는 거리의 흔적에서 가을의 내음이 순간순간 묻어난다.
올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가끔씩 내리는 소나기도 더위를 식혀주지 못했고 거센 광풍의 태풍도 멀찌감치 비껴갔다. 가을에 전시회가 많은 화가들은 폭염의 여름이 더 고통스럽다.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면 온몸에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가을에 열리는 전시회 때문에 붓을 놓을 수가 없다.
더위가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도 나라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희망을 주면 좋으련만 들려오는 소식들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어떠한 고통도 희망이라는 불빛이 보이면 고통을 견디며 나아가지만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의 고통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깊은 늪 속을 헤매게 한다.
자기 스스로 빚어낸 고통은 자신의 의지로 해소되지만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음울함은 실체가 모호해 사람들 가슴에 안개와 같은 우울함을 준다. 나라의 녹을 먹는 위정자들은 정도를 걷는 지혜로움으로 사회전체에 퍼져있는 우울함을 걷어내고 희망으로 가는 활기참을 회복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8월의 무더위가 지나간 직 후에 갑자기 초겨울 같은 날씨가 찾아와 사람들은 오랜만에 서늘함을 느끼면서도 급변하는 날씨에 당황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급작스러운 변화는 어떤 징후를 예견하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을 동반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이럴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가을의 초입 9월이 왔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온 세상은 눈부신 만추로 변하고 황홀함으로 사람들의 눈이 멀 즈음 나무들은 세월을 지탱했던 잎들을 서서히 떨구어 내고 나신을 드러낼 것이다. 수 만 년 전부터 자연은 시간 속에서 가장 견고하고 무심한 자세로 시간을 흘러 보낸다. 혼탁한 세상에서 흐트러지기 쉬운 우리들은 자연의 견고하고 무심한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신은 인간에게 자연과 예술을 선물했다고 한다. 자연과 예술은 고해와 같은 세상을 걸어가는 인간에게 영혼의 위로를 주고 삶속에서 사랑을 잃지 않게 한다. 예술가들은 고통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사람들은 그 작품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받고 사랑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
가을에는 작은 바람에도 시가 있고 그림이 있고 음악이 있다. 길을 걷다가 발길에 체이는 낙엽에도 생의 의미를 느끼는 날이 가을이다. 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되어 잊혀 진 사랑의 그림자가 짙게 다가온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 나뭇잎은 흙이 되고 / 나뭇잎에 덮여서 /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나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은 가을의 내음이 짙게 묻어 있어 더 애절하다. 가을은 예술의 계절이다.
마침 광주에서는 올해 11번째로 맞이하는 2016년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마리아 린드 총감독이 선임됐고 37개국 119명의 작가들이 ‘제8기 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라는 주제로 2016년 9월 2일부터 11월 6일까지 선보이게 된다. 가을날에 펼쳐지는 예술의 향연이다. 예술은 창조적 정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그 시대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이번 비엔날레는 가을을 맞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2026.03.17 (화) 2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