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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이노텍의 느보아르. |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의 23만여개 중소기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내수·수출 부진, 주요 대기업의 생산라인 이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들에 드리운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광남일보는 중소기업계를 독려하기 위해 이 가운데에서도 든든한 우수 기업을 꼽아 지난 2012년부터 ‘중소기업경영인대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15곳의 든든한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경영 노하우로 다른 중기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기를 기대한다.
㈜성일이노텍(대표 임민자)은 광주 평동산단에 소재한 강소 제조업체다. 지난 2005년 회사 설립 이전 임민자 대표(57·여)는 국내 1등 보험사에 근무하면서 사람을 아우르는 법을 배웠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 덕에 광주 제조업계에서 ‘여장부’로 통하는 그는 당시 보험사에서 퇴직, 전혀 다른 업종이던 유리표면 스크린 인쇄 특허를 사 제조업에 뛰어든다.
임 대표는 “당시 지인들로부터 좋은 기술이 있는데 자금 탓에 곤란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후 3D 등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냉장고, 김치냉장고 도어, 테이블 매트 등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초기 삼성전자 협력사로 양문냉장고 문에 들어가는 유리를 인쇄, 첫 납품을 시작했다. 공장이 24시간 눈코 뜰새 없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냉장고 문 소재 트렌드가 유리에서 메탈로 넘어오면서다.
임 대표는 “점차 물량이 줄어가는 것을 보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메탈 트렌드에 발맞춰 2008년부터 조립·발포로 업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초기 전북 정읍에 터를 잡았던 ㈜성일이노텍은 고객사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0년 광주 평동2차산단으로 사업장을 옮기고 독자적인 실력을 키우고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웠다. 맨 처음 확보했던 유리표면 3D 스크린 인쇄 기술을 발전시켜야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어 ㈜성일이노텍은 기존 유리뿐 아니라 아크릴, 철판 등 다른 소재에도 특수한 3D 음양각 기술로 디자인을 그려 넣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회사는 기존 삼성전자 외 동부대우전자, 대유위니아 등으로 고객사를 넓히게 됐다. 비슷한 시기 수출길도 열렸다. 지난 2012년 터키 ‘VESTEL’사에서 시작해 이듬해 ‘5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업계 후발주자였던 조립·발포 기술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진행, 지난 2015년 냉장고, 김치냉장고 외장품에 조립하는 우레탄 발포 도어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 연이은 도전이 성공하면서 해외시장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2015년 인도 ‘GODREJ’사까지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 성공하면서 ‘1000만불 수출탑’을 이뤄냈다. 무려 2년만에 수출액을 갑절로 끌어올린 셈이다. 올해 인도에 납품할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모델 2가지를 개발 중이다.
워킹맘이기도 한 임 대표는 부품사업 외 주방용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잘 만든 강화유리는 던져도 잘 깨지지 않고 주방 칼질 정도의 충격에는 흠집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나무나 플라스틱 도마는 여러 번 칼질을 하면 표면에 기스가 나 그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남는다. 하지만 강화유리는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사업 초기 대기업의 요구조건 중 하나가 15㎏ 무게의 쇠공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강도의 강화유리 제품이었다는 점이 생각났다”며 “강화유리의 특성을 활용해 도마나 테이블 매트를 만들면 오래 쓸 수 있고 위생적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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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이노텍 임민자 대표가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 기업투어에서 김치냉장고에 들어가는 발포 부품을 설명하고 있다. |
가족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찾는 주부의 마음을 공략, 지난해 국내 유명 홈쇼핑을 통해 사람들이 TV를 잘 보지 않는 새벽 5~6시 전파를 탔는데도 약 2만세트의 판매고를 올렸다. 유리에 디자인을 입히던 기술을 응용, 다채로운 색감과 그림을 넣었다. 원하는 문구나 그림도 인쇄할 수 있어 연말연시 선물이나 기업 판촉용품으로도 인기다.
지난 2015년 5월 싱가포르 New World Homecare사와 향후 5년간 500만달러 가량의 글라스키친매트와 글라스위생도마를 공급하기 위한 수출 협약이 최근 본격 추진돼 수출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뜨거운 냄비 등이 올라와도 끄떡없어 필리핀 도미노피자 체인점 20여곳에서 피자 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 외 유럽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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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이노텍 임민자 대표가 최근 진행된 한국산업단지공단 기업투어에서 강화유리 다용도 도마 겸 테이블매트 느보아르를 설명하고 있다. |
이를 위해 5월에는 본사 부지 3470여㎡에 광주 최대 규모의 융복합 스마트 가구 공장을 준공했다. 가구업체가 빌트인 가구를 만들어 넘겨주면 표면을 인쇄해 호반, 중흥, 모아, 진아 등 지역의 중견 건설사에 넘긴다. 해외에서도 벌써 반응이 올 조짐이다. 실제 최근 한 고객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어간 이 업체의 가구를 보고 미국에서 아파트 사업을 하는 사업가가 제품이 괜찮다며 회사에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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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이노텍 임민자 대표가 최근 진행된 한국산업단지공단 기업투어에서 강화유리 다용도 도마 겸 테이블매트 느보아르를 설명하고 있다. |
R&D 인력도 새롭게 영입,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스마트 가전 연구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신규 가구사업 100억원을 포함해 500억원 가량. 올해는 가구사업 비중을 끌어올려 매출액 700억원, 영업익 70억원을 달성하는 ‘777’목표를 세웠다.
임 대표의 성공 비결은 추진력과 적극성이다.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일단 GO’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데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금융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이 밑바탕이 돼 누구를 만나든 잘 어우러진다. 그녀의 적극성과 리더십은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임 대표는 “행동해야 꿈을 꿀 수 있고,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가 나은 사업을 만들 수 있다”며 “기존 가전사업과 함께 스마트 가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사회활동에도 열심이다. 한국여성벤처협회 광주전남지회장, 광주상공회의소 상임의원 등을 맡아 지역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광주전남지회가 설립 3주년만에 회원사 100여곳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2대 회장인 임 대표의 덕이 크다.
사람을 아끼는 마음은 회사 경영에서도 드러난다.
임 대표는 지난 2015년 연말결산 때 영업익의 10%를 사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데 이어 각종 성과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제품 불량률을 높이거나 분기별 우수 사원으로 꼽히면 인센티브 등 포상을 받는다. 10년 이상 장기 재직자를 위해 별도의 퇴직 가산금을 쌓아두고, 내일채움공제 가입도 장려 중이다.
성과가 우수한 비정규 직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실제 회사는 지난 2015년 비정규직 직원 58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지난해에는 103명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기술이 숙련되지는 않았지만 근무 태도가 좋은 인턴 사원은 일단 채용한 뒤 ‘일 학습 병행제’를 진행, 전문교육과 현장훈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기존 직원들에게도 별도 교육을 실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지역 고용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22명을 신규 고용한 데 이어 지난해는 34명을 뽑았다. 이를 통해 지난 2015년 광주상공회의소에서 고용우수부문 상공대상을 받기도 했다.
임 대표는 “기업, 특히 제조업은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완제품인 가전은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변화 추이를 계속해서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sense@gwangnam.co.kr 김주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