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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보았던 꽃과 이십대 청춘에 느껴지던 꽃이 다르다. 머리에 서리가 내린 지금 이 나이가 되어 바라보는 꽃은 완연히 다른 느낌이다. 자연의 본질과 순리는 변하지 않았는데 인간 스스로의 변화로 인해 본질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아름다웠던 꽃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고 환희로 가슴 설레던 꽃이 절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상처투성이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바라보던 꽃은 그 아름다움이 더 처연하다. 소월의 진달래꽃은 단순히 산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 아닌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는 원망의 꽃이 아니겠는가. 꽃은 꽃이되 이전의 꽃과는 전혀 다른 꽃이 되었다.
진리, 참, 진실 등은 고유의 본질이 스스로 변하지 않고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들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변질시켜 사용하는 우를 범한다. 본질을 변모시키면 전혀 다른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을 종종 볼 때가 있다.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예술일 것이다.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지만 진실을 변질시키면 고통스러운 결과를 수반하게 된다.
2014년 4월에 일어난 세월호의 충격적인 아픔으로 우리 국민들은 봄을 봄답게 맞이하지 못했다. 수 백 명의 아이들이 바다 깊이 빠져들어 갈 때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 해 봄을 봄답게 지내지 못했다. 산에 피는 아름다운 꽃은 눈물이었고 말 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었다.
몇 해가 지난 지금 2017년 3월의 봄을 맞이한다. 산천과 강변에 매화, 산수유, 동백꽃이 천지다. 몇 달 간 나라 전체에 휘몰아친 소용돌이 속에서도 꽃은 고운 모습을 드러낸다. 얄팍한 정치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자연은 스스로 본질을 드러낸다. 시인들은 이럴 때 속없이 꽃이 핀다고 하겠지만 봄이 오면 어김없이 꽃이 피는 것은 진리이다.
이제는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찾아야 할 때이다. 몇 명의 선각자와 지식인이 아닌 국민 모두의 의식이 변화되어 인간이 지닌 숭고한 철학을 견지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의식이 높아지면 정치, 경제, 문화의식의 격도 높아진다. 국민의 격이 높아지면 정치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봄을 봄답게 맞이하고 싶다. 꽃은 꽃답게 아름답게 보이고 이 느슨한 봄날의 따뜻함을 즐기고 싶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바르지 못한데 혼자 봄을 즐길 수 없지 않은가. 요즘은 예술이 죽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좋은 그림과 음악, 연극을 즐기려는 마음이 없는데 어찌 예술이 살아나겠는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김춘수 ‘꽃’ )
올 봄은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되는 봄이었으면 한다. 가난한 우리들의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우고 싶다.
2026.03.05 (목) 02:34














